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촬영지…지자체 마케팅 한창
▲사진 좌 영화 '기생충' 포스터, 우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이 된 초원사진관
“근대문화유산을 비롯해 천혜의 자연경관 등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다양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실제로 문화콘텐츠와 관련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에 군산은 멈춰서 있는 느낌이어서 문화에 대한 투자와 관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군산을 알리는 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산시가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 지자체에서 영화 ‘기생충’과 관련한 인연(?)을 앞세워 지역 마케팅에 열심이다.
대표적으로 전주시의 경우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세트에서 60%가량 촬영한 영화 ‘기생충’에 대해 영상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과 이를 통한 여행체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트장 복원 검토 등에 들어갔다.
송하진 도지사가 전주시장 재임 시절 공을 들여 사실상 본 궤도에 오른 전주영화산업이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점을 감안, 전주영화산업 진흥과 이를 통한 여행체험 1번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 영화 ‘기생충’의 세트장 복원과 관련해 배급사인 CJ측과의 접촉을 고려하고 있고, 새만금을 영화 촬영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도 영화 ‘기생충’의 효과를 지역과 연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고양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에 마련됐던 세트장을 복원해 체험형 관광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고양시는 고양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를 포함한 24만6,746㎡ 부지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고양영상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반면 군산시의 행정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 수백 편에 달하지만, 지난 1998년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한석규․심은하 주연)’외에는 기억에 남는 영화가 없다. 그것도 겨우 시가 월명동에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 무대였던 초원사진관을 복원해 관광객들에게 포토존으로 제공하고 있어 기억을 되살리고 있지만, 문화콘텐츠 활용과 관광객 유치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군산에서 촬영된 영화만도 대략 150편에 이르고,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까지 포함하면 200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지난 1948년 드라마 ‘끊어진 항로’를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 이르기까지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지원 등이 미비해 겨우 촬영지에 대한 홍보만 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다른 지자체의 경우 영화촬영 등과 관련해 예산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시의 경우 기존에 있던 지원마저도 끊어버렸다. 실제로 시는 군산에서 촬영되는 영화 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통한 영화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 영화촬영 로케이션 지원사업(민간경상보조)’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2017년 2개의 작품에 2,000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5개 작품에 5,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2개의 작품에 2,000만원만 지원하고, 나머지 3,000만원의 예산은 불용 처리했다. 예산이 있었음에도 이러저런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시의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올해 예산 5,000만원을 전액 삭감 당했다.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 면도 있지만, 예산을 지원한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의 한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충분한 예산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