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무책임한 신고로 피해와 행정력 낭비 우려
군산시가 공직비리신고 활성화와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반부패 익명 신고시스템인 ‘레드휘슬’을 지난 18일부터 도입․운영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는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으로 ‘부정부패행위’, ‘부당한 업무지시’, ‘위법 부당한 예산집행’을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아너코드(Honor code)를 제안해 공직자로서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를 실천하기 위해 익명 신고시스템인 ‘레드휘슬’을 도입했다.
기존 신고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보완한 이 시스템은 IP추적방지 등 최신기술을 바탕으로 신고자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신고시스템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제보자는 청탁, 금품수수, 부당업무지시 등 공직내부 비리행위와 갑질, 성희롱 등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공무원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신고절차는 군산시 홈페이지 익명신고시스템 배너를 클릭, 모바일로 ‘레드휘슬’을 검색해 헬프라인 앱을 설치하거나, 직접 레드휘슬 웹사이트(www.redwhistle.org)에 방문 또는 스마트폰으로 군산시에서 배부할 예정인 익명신고 QR코드가 인쇄된 ‘클린스티커’를 스캔 접속, ‘군산시’를 검색한 후 신고할 수 있다.
특히 접수된 신고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시 감사담당관 담당자에게 통보되고, 신고내용에 대해서는 담당자 1명만 접근권한이 있어 신고사항은 철저한 보안 속에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이와 함께 신고자는 레드휘슬 웹사이트에 접속해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익명상태에서 감사담당관 담당자와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가 ‘레드휘슬’을 도입‧운영하기로 한데는 이유가 있다. 시의 청렴도가 전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580개 공공기관을 대상 ‘2020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에 따르면 군산시는 외부 청렴도 3등급, 내부 청렴도 5등급을 얻어 종합청렴도 4등급을 기록,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외부 2등급, 내부 5등급, 종합쳥렴도 3등급을 기록했던 지난 2019년에 비해 더 하락한 것으로, 시가 지난 1년 동안 청렴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구심을 받음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레드휘슬’을 들고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시스템이 고질적인 악성 제보나,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해 과도한 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 등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 시스템을 시민뿐 아니라 시 공무원들도 사용할 수 있어 자칫 공직사회가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부패 익명신고 시스템 ‘레드휘슬’의 운영이 시작되자마자 군산시청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의 부패를 막아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익명이라는 가면의 뒤에서 무책임한 신고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할 우려가 크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SNS 등에 익명의 글로 인해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익명 신고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시청의 경우 2∼30대 공무원의 증가로 특정 사안에 대한 눈높이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지시 의무가 있는 관리자에게 레드휘슬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며 “익명 신고 레드휘슬 운영에 앞서 이 같은 눈높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부패행위에 대한 공무원과 시민의 감시기능이 강화돼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사전예방 하는 등 강력한 내부통제와 부패방지 효과로 청렴 조직으로서의 이미지도 한 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전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