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꺼져가는 내 인생에 새로운 불을 지펴 준 불씨나 다름없어. 늦었다고 말할지 몰라도 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혀.” 지난 23일 열린 호원대 졸업식에서 당당히 학위수여를 받은 75세 만학도 홍훈표(경영학부) 씨. 젊은 시절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줄 곧 대학진학을 꿈꿔왔던 홍 씨는 50여년 가까운 한이 풀린 듯 감격에 젖어 있었다. 홍 씨는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늘 마음속에 대학을 열망해왔지만 바쁜 삶 속에서 대학은 그리 쉬운 문턱이 아니었다”며 “늙은이가 돼서야 내 자신을 보게 됐고 뇌가 더 굳기(?) 전에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고 4년 전 새내기 때의 자신을 회상했다. “지난 2005년 호원대에 입학할 당시에는 아내를 비롯해 가족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지. 행여나 내가 중간에 포기하면 오히려 철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 "6개월 동안 아내와 6남매 자식들에게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는 것을 숨겨온 홍 씨. 그는 “가족들이 알고 난 후부터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줬다”며 “오늘이 있게 한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어려운 점? 글쎄, 컴퓨터만 빼고 다 할 만하던 걸. 그저 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으로도 나에겐 큰 행복이었어. 내 꿈을 이루게 해준 호원대에 감사할 따름이여.” 홍 씨는 지난 4년간 지각과 결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학구열을 보였다. 만학도라는 이유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학과 내에서는 자상한 할아버지이자 손자 같은 어린 학우들에게 때론 가르침을 주는 인생 선배로 큰 존경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학부에 다녔던 학생들은 “연세가 많으시지만 젊은 대학생보다 더 열정적이고 배울 것이 많은 분이었다”며 “홍훈표 할아버님을 통해 인생에서 많은 교훈과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홍 씨는 “나이 먹어서 대학에 있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 씨앗을 뿌리는 시기가 있듯이 공부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며 늘 학생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가르쳤단다. 이와 함께 홍 씨는 “요즘 비문해자를 위한 학습장 등 배움의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늦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늘보다 어제가 빠르고 내일보다 오늘이 빠르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꼭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 뒤 배움의 기로에 고민하고 있는 연배 노인들에게 조언했다. 한편 홍 씨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인생의 마지막까지 공부는 계속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