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집처럼 좋아요. 친구들이랑 공부하니까 재밌고 엄마 기다리느라 심심하지도 않고 밥 차려 먹지 않아도 되니까 편해요.” 이유미(군산서초·3년)양의 학교자랑이다. 지난 2일 오후 4시 군산서초등학교 복지지원실. 방과후 영어수업이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 오선숙 씨의 지도 아래 32명의 학생들이 신나게 춤추며 영어노래 따라 부르기에 한창이다. 학생들은 초보수준이지만 꽤 자신감 있게 영어로 퀴즈도 풀고 발음도 교정받는다. 1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학원에 가지 않아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영어수업이 끝나자 사물놀이와 컴퓨터, 독서논술을 배우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뛰어가기 바쁘다. 수업을 마친 뒤 다시 방과후 교실에 모여든 아이들은 각자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모르는 게 나오면 “선생님~”하고 구조요청하기만 하면 즉각 선생님이 도와주신다. 숙제도 마쳤겠다 아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집에 갈 채비를 한다. 군산서초등학교(교장 김석기)가 운영하는 ‘꿈누리샘터 방과후교실’ 덕분에 최근 3년새 학생도 학부모도 행복하기만 하다. 맞벌이로 퇴근이 늦은 부모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아이들의 지루함도 위험요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도심에 위치한 서초교는 전교생 179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에 가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가 2006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학생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성적도 부쩍 올랐으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군산교육청(교육장 문원익)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도내 처음으로 이 사업에 선정된 서초교는 꿈누리샘터 방과후교실을 운영, 맞벌이 및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에게 가정의 기능을 보완해 학교의 학습 내용을 보충하고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 및 사회성 발달을 도모함으로써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매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 32명의 학습과 생활지도는 물론 간식과 석식을 제공하고 각종 상담과 가정방문도 실시한다. 학부모 최은영(41)씨는 “늘 아이들을 집안에 방치하면서 죄짓는 기분이었는데 학교에서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먹여주기까지 하니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덕분에 장사에 충실하게 돼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꿈누리샘터를 이끌고 있는 김경숙(43) 교사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학습지 교사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쌓아 온 학습지도력을 이곳에서 맘껏 발휘하고 있다. 자신감을 잃고 포기를 먼저 배운 아이들에게 "국가에서 너희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보답의 길"이라고 설명해 자신감과 당당함을 키웠다. 김 교사는 “방과후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소외감과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아이들이 해맑게 자라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지난달 22일에는 군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관한 제3회 군산새만금 가족노래자랑에 '방과후 교실가족'팀을 참여시켰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 '대상'과 '응원상'의 2관왕을 차지해 아이, 학부모들과 함께 큰 기쁨을 누려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가족노래자랑 대상을 차지한 서초등학교 방과후교실가족팀의 공연 장면> 김 교사가 추천한 3명의 자원봉사자들도 영어, 주산`암산, 바둑`줄넘기를 지도하면서 '희망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그동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학습지도와 각종 문화체험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난한 아이들만 하는 수업’ ‘학원도 못 가는 아이들’이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아이들의 실망감이 컸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학교는 학습지도보다는 특기적성교육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 올해부터 동아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특성사업을 잘 완수해서 다음에 투자우선학교로 선정돼 보다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