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공부의 신①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껴야만 공부할 마음이 생겨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계획대로 실천할 때 성과가 나타나죠.” 포항공대 ‘잠재력 개발과정’에 합격한 한기덕(중앙고 2년) 군의 공부비법이다. 총 40명 모집에 전국에서 이공계 우수학생 500여명이 지원해 12.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한군은 전국연합고사에서도 모든 과목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아버지 한상진(52)씨와 어머니 송미란(51)씨 사이에서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한군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운시장에서 장사하던 부모님을 따라 매일 시장바닥에서 개구쟁이 짓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나마 장사가 안 돼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도 맞벌이에 나섰다. 동생 옥진(군여고·1년)양과 단둘이 집을 지키며 노는 일에 심취했던 한군. 시간이 흘러 월명중으로 진학한 한군은 시험 때나 벼락치기로 공부하며 수업시간에는 장난치기 바빴다. 그러던 중학교 1학년 말에 난생 처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을 늘 최고라고 칭찬해준 아버지께 전교 52등 짜리 성적표를 보여드리기 죄송해서다. “이대로 살 순 없다. 아버지의 기대에 꼭 부응하자”고 마음먹고 모든 생활방식을 바꿨다. 마침 겨울방학이어서 생활계획표를 치밀하게 짜고 일어나는 시간과 공부시간은 물론 밥 먹는 시간과 운동 시간도 철두철미하게 지켰다. 햄버거나 라면을 먹던 습관도 반드시 밥을 먹는 것으로 고쳤더니 집중력도 훨씬 높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 없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스스로 세운 계획을 하나씩 실천한다는 즐거움에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하루를 마감할 때면 성취감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며 행복하기만 했다. 그렇게 방학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가 처음 본 시험에서 전교 38등, 중간고사에서는 11등, 기말고사에서는 드디어 1등을 차지했고 그 이후로는 1등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규칙적인 생활에 성적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통통했던 몸이 날렵해지면서 키는 쑥쑥 자라 보기 좋은 체격을 지니게 된 것. 이런 한군의 향상에 주변에서는 “무슨 과외하느냐, 어느 학원 다니느냐”는 질문이 늘 따라 다녔다. 그러나 한군은 학원이라곤 공부시작 무렵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개월 다닌 게 전부다. 그나마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보내준 학원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뒀다. 또 학원에 가면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서 각오한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학원이라는 곳이 학생을 일일이 신경써주지 못하는 곳임을 확인하고는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길을 택했던 것. 희한하게도 집에서 공부하면서 성적이 더 쉽게 올랐다. 그날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으니 학원 수업처럼 어렵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반드시 학교 선생님께 물어봤다. 영어지문 독해를 하다가 모르는 어법·어휘가 나오면 수업이 끝나고 바로 묻거나 교무실까지 찾아가 묻곤 했다. “중위권은 어려운 교재나 어려운 문제에 대한 욕심을 부릴수록 공부 효율은 더 떨어진다. 차라리 쉬운 교재를 선택해 예제를 풀면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편이 낫다”고 귀띔하는 한군. 전교 1등을 차지하기 전까지 한군의 공부 원칙도 ‘쉬운 내용을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교과서나 유인물 이외에는 EBS 교재나 모의고사 문제집처럼 쉬운 교재만 선택했다. 대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애썼다. 이처럼 한군의 공부법은 단순했다. 언어 영역은 모의고사를 한 번 치를 때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두세 권씩 풀었다. 평소에는 EBS 문제집을 꾸준히 풀고 그날 푼 문제 중 틀린 문제는 반드시 오답노트에 정리하고 틈틈이 꺼내 보며 복습했다. 한군은 중앙고로 배정받은 후 창조적교육법을 실천하는 학교 방침에 대만족하고 있다. 특히 1·2·3학년이 한방을 쓰는 기숙사생활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신입생 때는 선배들 조언 덕에 선생님 유형을 쉽게 파악하면서 내신성적 관리하기가 수월했고, 2학년인 지금은 수험생인 3학년과 지내다보니 수험계획도 장기적으로 세우고 늘 긴장하게 돼 공부에 보탬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군은 주중에는 학교에서 무료로 해 주는 수월성교육을 듣고 주말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주말학습신장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말은 핑계예요. 학교 수업만 충실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모르는 건 인터넷 무료 교육프로그램 활용해도 되구요. 열심히만 하면 시에서도 지원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는 한군. 화학공학 교수가 돼서 대체에너지 연구에 앞장서겠다는 한군은 “반드시 꿈을 이뤄서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 놓인 후배들을 지원해주고 군산을 대표하는 인물이 돼서 군산발전에 보탬이 되겠다”며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