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위해 공부하면 지겹고 괴로워요. 구체적인 제 꿈이 있으니까 그 꿈을 위해 공부하는 거죠”라며 1학기말고사 전교 1등을 차지한 김성진(서흥중·3년)양이 수줍게 웃는다. 행정공무원인 아버지 김광용(수송․51)씨와 과학교사인 어머니 이옥이(동산중․47)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양의 성적이 처음부터 우수했던 것은 아니다. 흥남초 재학 시절 전교 70명중에 10등 정도의 성적이었던 김양은 5학년때 이모가 사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10개월간 지내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타국에서 밀려드는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눈물과 바꾼 것은 깨달음.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깨달았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데 자부심도 느끼고, 부모님의 소중함도 알았습니다. 특히 다양한 인종들의 생활방식을 접하면서 한비야 같은 세계빈민구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무조건 잘 해야만 해서 영어를 사랑하고 외국어고등학교를 목표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김양에게도 공부가 매번 즐거웠던 건 아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반에서 2등 전교 25등에 진입했다. 이후 쑥쑥 올라 전교 3~4등을 유지하던 성적이 2학년 내내 곤두박질을 치며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성적에 연연하니까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어요.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회의가 들었구요.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습니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김양. 다행히 엄마와 떠난 여행에서 야경을 보며 희망을 얻었다. 등수를 의식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해져 3학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중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동생에게 그녀가 권하는 것은 ‘3절3필’. 3절은 ‘TV, 종합학원, 핸드폰’이요, 3필은 ‘학교수업, 교과서, 질문’이다. TV광이었던 김양이 TV시청을 그만둘 수 있었던 건 순전 엄마의 노력이었다. “제가 6학년때 엄마가 TV선을 끊어 버렸어요. 처음 1주일간은 미치는 줄 알았죠. 하지만 2주후부터는 TV 없이도 즐겁게 보내는 법을 터득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게 공부 시작의 원동력이었어요”라며 지금은 엄마의 선택에 크게 감사한다. 대신 “학교수업시간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많은데 큰일 나요. 학교수업에 토시하나 빠트리지 않고 집중해서 공부하고, 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여러번 보면 학원 갈 필요 없어요. 머리가 좋냐구요? 아뇨. 저도 중위권에서 올라왔어요. 특히 질문하는 걸 부끄러워하면 안돼요”라며 모든 것을 이해한 뒤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고 정석을 설명한다. 여기에 김양은 사랑하는 영어는 ‘더 잘 하기 위해’, 못하는 수학은 ‘잘 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 씩 과외를 받는다. 여름방학을 맞은 요즘 김양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은파를 한 바퀴 돈다. 공부를 잘 하려면 결국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산책하면서 오늘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을 세운다. 9시쯤 집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마친 뒤 정오까지는 EBS방송청취나 전북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인터넷특강인 ‘e스쿨’을 시청한다. 최고의 선생님들이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 효과 만점이다. 정오에 점심식사를 마치면 시립도서관을 걸어서 1시까지 도착한다. 그곳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되돌아가는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집에 와서 1시간 정도 책을 읽거나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12시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든다. 장래를 위해 순간의 쾌락을 절제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는 김양. 그녀를 보니 군산의 앞날이 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