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 눈 뜬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이복례 할머니는 ‘군산시늘푸른학교’에서 개설한 학습장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제 손주들의 도움 없이도 각종 고지서를 읽고 제때에 납부할 수 있어서 더 이상 가산금을 납부하지 않아 흐뭇하기만 하다. 3년차로 접어들어 현재 26개 읍면동의 50개 학습장에서 32명의 문해교육교사들이 630명의 학습자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군산시늘푸른학교’의 역할과 활동을 취재했다. ◇평생교육의 첫걸음 ‘문해교육’ = 문해교육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능력이 부족하여 가정·사회 및 직업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자들을 대상으로 문자해득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으로 그 성격상 모든 교육 특히 평생교육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최근 4~5년간 문해교육정책은 매우 빠른 변화의 물결을 거쳐 왔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두 가지 흐름이 가장 크다. 첫째는 제도적인 변화로 2008년 이뤄진 평생교육법 전면개정으로 인한 문해교육의 명시적 제도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온 것은 문해교육의 두 번째 흐름. 즉 문해교육사업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이다. 평생학습도시를 중심으로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을 지역 안에서 정책화하고 새로운 구현방안을 모색해온 기초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은 이전의 문해교육 추진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책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군산시가 보여준 성과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역기반 문해교육사업이 가야할 방향과 전략을 그 어느 지역보다 앞서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시 늘푸른학교는 = 시는 민간주도로 이뤄지던 문해교육을 지역 전체로 저변을 확대하고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평생교육차원에서 지역사회가 함께 동참하는 문해교육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전문운영기관 및 교원확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행정 및 재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함을 인식하고 문해교육의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먼저 시는 2007년부터 문해교육의 저변확대 및 문해교육기관의 역량강화를 위한 문해교육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지원하고 읍면동 주민센터 및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학습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학습자 모집 홍보 및 운영비 지원 등 행정·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OCI 군산공장은 사회공헌차원에서 문해교육지원사업에 재정지원의 방식의 참여를 이끌어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전라북도 교육청은 군산시의 문해교육사업 모델에 대한 성과 확대를 위해 2010년에 2억4000만원을 지원했다. 또한 시는 ‘非文解 ZERO 학습도시’사업으로 문해교육을 시작했지만 문해학습장이 문자해득교육의 문맹자 학습장이라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고 학습자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운영을 통해 일반학습자도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시민교육에 동참시키기 위해서 ‘군산시늘푸른학교’로 명칭을 바꿨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소나무처럼 늘 푸른 마음으로 평생토록 학습에 참여하는 학교라는 의미이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교육청, 민간단체, 지역기업이 함께 참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서 지역 자원의 효율적인 연계를 통한 평생학습 네트워크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문해교육 운영 우수 자치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타 지자체에서는 문해교육 대부분을 한글, 기초수학 등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군산시에서는 문해교육과 더불어서 건강교실, 취미교실 등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각종 문화체험 프로그램, 학교체험 수업, 문해 한마당 발표회 등은 단순한 한글학습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활동력을 증진시키는 전인적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넘어설 수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문해교육사들에게 동․하절기 방학 때에 교사 특별연수를 실시하고, 주 1회 문해교육사 워크숍을 실시하는 등 교사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요사업 성과 및 과제 = 문해교육이 단순히 한글을 학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만큼, 기본 영어·한자를 비롯해 문화·예술·교양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 400여명의 학습자 수가 올 해는 630여명으로 늘어나 많은 비문해자들이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학습자들은 대부분 어르신들로 사회적, 시대적인 역경으로 배움에 대한 한을 안고 살다가 문해교육을 통해서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IAEC 아태지역 군산총회에 참석한 12개국 37명의 해외 도시 관계자들은 군산시 문해교육 학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체계적인 군산시의 문해교육 지원 시스템에 매우 놀라워했으며 문해교육 관련 동영상을 감상한 후 매우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시는 전국평생학습 임원도시이면서 국제교육도시연합회 아태지역 집행도시로서 평생학습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문해교육을 평생교육의 체계로 만들어 가기 위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학습 환경을 조성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민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