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어류연구팀의 감돌고기와 가는돌고기 ‘탁란’ 연구결과가 어류 탁란의 진화 방향성에 대한 단서를 최초로 제공하면서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큰 연구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탁란’은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자신의 새끼와 뻐꾸기 알을 함께 부화시켜 자랄 때까지 돌보는 것과 같은 기생의 일종이다. 어류의 탁란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1986년 아프리카의 탕가니카 호수에 서식하는 어류의 탁란 현상이 처음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 연구팀에 의해 꺽지 산란장에 대한 감돌고기의 탁란이 처음으로 보고됐다. 2004년에는 이완옥 박사에 의해 가는돌고기도 탁란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후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이흥헌 박사(32)는 감돌고기와 가는돌고기의 탁란에 대한 7년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들 어류의 탁란 유형을 통계자료와 함께 제시하고, 자손번식을 위한 전략적 진화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 감돌고기와 가는돌고기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하천에만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감돌고기는 전라북도 금강 상류와 만경강, 충청남도 웅천천에 분포했지만 웅천천의 감돌고기는 1990년 후반부터 자취를 감췄다. 가는돌고기는 현재 한강 상류수계에만 분포한다. 감돌고기의 꺽지 산란장에 대한 탁란 과정을 보면 먼저 산란장 주인인 꺽지가 돌 표면을 깨끗이 청소 한 후 암컷을 유인해 크고 노란 알을 산란 후 수정시킨다. 수정이 끝난 후 수컷 꺽지는 산란장을 보호하며 알 주변에 접근하는 수서곤충이나 다른 어류들로부터 알을 보호한다. 감돌고기는 꺽지의 산란이 끝난 직후부터 꺽지 산란장에 자신의 알을 낳기 위해 30-40마리 씩 모여서 꺽지 산란장을 침범한다. 꺽지는 자신의 산란장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감돌고기를 쫓아 보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다. 꺽지 산란장 주변을 맴돌던 암컷 감돌고기가 산란장 내로 진입하면 수컷 감돌고기들도 뒤 따라 산란장 내로 들어가 암컷이 낳은 알 위에 방정하고 수정이 이뤄진다. 2-3일 동안 수십 차례의 탁란 과정을 거친 후 감돌고기 무리는 산란장을 떠난다. 이후 꺽지 수컷은 자신의 알과 감돌고기의 알에 지느러미로 산소를 공급해주면서 알에 접근하는 적들로부터 알을 보호하고 부화시킨다. 꺽지의 알이 부화하는데 14일 정도 소요되며 감돌고기의 알은 약 10일 정도 소요돼 감돌고기가 먼저 부화하게 된다. 부화한 감돌고기 자어들은 부화 즉시 산란장을 떠난다. 감돌고기의 탁란에서 보듯이 이러한 번식전략은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에서 자신들의 안전한 자손 번식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매우 효율적인 산란방법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탁란이 이뤄진 산란장을 보호하는 꺽지 수컷을 제거했을 때, 산란장 내의 알은 하루 만에 갈겨니를 비롯한 다른 어류와 수서곤충들에 의해 모두 먹혀버렸다. 이흥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로 군산대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논문을 심사한 최승호 박사(42 국립해양생물자원관)는 “본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잉어과 어류 3종(감돌고기, 돌고기, 가는돌고기)의 독특한 탁란 유형 비교를 통해 어류 탁란의 진화 방향성에 대한 단서를 최초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큰 연구결과”로 평가했다. 한편 논문을 지도한 군산대 최윤 교수(52)는 희귀한 습성을 가진 우리의 토종물고기 감돌고기와 가는돌고기가 인위적인 서식환경 변화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