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요? 저에겐 힘입니다.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구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스스로 위축되지 말고 동정이나 특별대우받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귀난치병을 앓으면서도 당당히 서울대 통계학과에 합격한 양승모(군산고 졸) 군의 당부다. 승모 군은 “공부는 내 왕자병의 근원이다. 마음먹은 대로,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니까 자신감을 채워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며 “고독함이 있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버지 양동호(47․자영업)씨와 어머니 김용화(47․공인중개사)씨의 3남중 장남인 승모 군은 원인모를 근육병으로 고생해왔다. 초등학교 입학무렵부터는 증세가 악화돼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승모군의 부모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모군을 평범하게 키우려 노력했다고. 그 덕분에 승모군은 불편한 자신의 다리를 개그 소재로 삼아 이야기할 만큼 밝은 학생이 됐다. 자신의 약한 다리에 집중하기보다 장점을 찾아 키우려 노력했다. 신체적 조건 때문에 실내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공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에 몰입했다. 그러나 승모군의 어머니 용화씨는 한창 밝고 활달한 또래 아이들과 대비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국내외 좋다는 의료기관은 다 좇아다니고 승모군의 삼촌과 고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꾸준히 치료도 받았지만 승모군의 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절망의 끝에 선 기분… 그때마다 찾아오는 우울증이 어머니 용화씨를 괴롭혔다. 아픈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 다 그러하리라. 그러나 용화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점심도시락을 싸서 나르고 언제라도 학교에서 부르면 달려갈 준비태세로 지냈다. 그래서 학교에 맞춰 3번의 이사를 감행하고, 직업도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로 바꿨다. 이런 그녀의 노력에 부응해 승모 군의 성적은 늘 전교 1등. 승모 군의 공부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수업에 집중하고, 하교후 이를 계속 반복하는 것. 학원엘 다니고 싶어도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학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영어는 과외를 받았다. 그 외에는 수업 내용을 반복 또 반복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풍초-금강중-군산고를 거치는 12년 동안 승모군은 거의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승모군이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과목은 수학. 자신을 치료해준 삼촌과 고모처럼 한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지금은 잠시 미뤄뒀다. 집단 현상을 수량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통계학에 매력을 느껴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목표를 뚜렷이 하고 최선을 다 한다면 원하는 꿈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하는 승모군의 말에서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