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A군(18)은 수능을 일 년 앞두고 입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수능이 끝나면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A군은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학업에 쫒겨 어느 대학교를 갈 지 모른다. 입시공부에 앞서 적성에 맞는 학과와 진로를 찾아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무작정 성적순에 맞춘 대학교를 추천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고 싶지만 밀려오는 공부량을 다 채우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B양(17)도 상황은 마찬가지. B양은 “상위권 친구들은 수월성 교육, 보충수업 등으로 특혜를 받다보니 학교 분위기가 상위권 학생들 위주로 흘러 간다”며 “중하위권들의 압박감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군산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학업과 진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1월부터 10월까지 초․중․고생 등 1만1,155명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 결과다. 상담은 집단 6,522명, 개인 2,244명, 심리검사 1,146명, 지원서비스 1,031명, 전화 194명, 사이버 18명 등으로 참여했다. 상담결과에 따르면 학업 및 진로가 43.5%(4,859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인관계 24.1%(2,697명), 컴퓨터․인터넷 10.7%(1,199명), 정신건강 6.3%(708명), 비행․일탈 5%(563명), 가족 4%(454명), 성격 3%(340명), 성(性) 1.8%(209명), 생활습관․외모 0.8%(97명),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청소년들이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심리를 반증한다. 이 상담에는 초등학생 3,774명, 중학생 3,108명, 고등학생 2,997명, 대학생 133명 등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체험 활동, 진로탐색프로그램 개발 등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청소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는 지역내 초·중·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직업체험활동, 직업체험처 발굴, 강연, 멘토링 등의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경쟁과 입시 스트레스 등을 프로그램만으로 채우기는 역부족인 상황. 한 청소년 상담가는 “학생들이 학업 부담이 커지고, 취업 여건도 열악해지면서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단순 진로탐방, 견학을 넘어서 학생들의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멘토링을 더욱 활성화해 학업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마다 청소년들이 대인관계에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한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성화, 체계적인 상담 등을 각 학교, 기관마다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군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은 “청소년들의 고민들을 토대로 상담 및 교육을 체계화할 계획”이라며 “청소년들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다져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