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명의학전공 박경일 교수(사진)가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센터장 허영백)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매년 서해안 일대에서 발생하는 바지락의 대량 폐사의 촉진 원인을 규명했다. 박교수의 연구결과는 최근 영국에서 발간되는 Parasite & Vectors에 발표되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서해안에서 수온이 가장 높이 상승하는 8월 경 발생하는 바지락 대량 폐사는 고수온과 기생충 감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바지락에 기생하는 단세포 기생충인 퍼킨서스(Perkinsus olseni)에 많이 감염된 바지락일수록 수온상승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되어 감염도가 낮은 바지락에 비해 빠르게 폐사한다는 것이다. 박교수팀이 폐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지목한 퍼킨서스충은 이미 6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 서식하는 굴과 바지락의 대량 폐사 원인 생물로 알려진 단세포 기생충으로, 아시아에서는 1997년 최초로 서해안 바지락이 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이 학계에 보고됐고, 이후 일본과 중국산 바지락에도 널리 감염돼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바지락에 기생하는 Perkinsus olseni 유주자 박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퍼킨서스에 많이 감염된 바지락은 면역 세포의 괴사율 증가와 식세포작용의 저하가 나타나고, 수온 26℃가 넘는 고수온이 1주일 이상 지속 시 급격히 대량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이 때 폐사한 바지락은 생존한 바지락에 비해 퍼킨서스 감염도가 2 배가량 높은 사실을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여름철에 강한 햇빛에 노출되어 지온이 35℃ 이상 올라가는 기간이 매년 2주 정도(7월 하순부터 8월 초순) 발생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양식되고 있는 바지락은 서식 적온을 벗어나는 극심한 환경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 때 기생충 감염은 숙주의 환경 내성 능력을 약화시켜 짧은 기간에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러한 퍼킨서스에 감염된 바지락의 대량 폐사는 숙주로부터 퍼킨서스충의 방출을 촉진, 다수의 충체가 새로운 숙주(바지락 등)에 감염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 해역의 기생충 감염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박경일 교수는 “서해안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바지락의 대량 폐사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 가능한 바지락 이외의 대체종 개발에 힘써야 하고, 수산 연구기관과 어민들의 협조를 통해 질병 관리 기술이 해당 지역에서 충실히 적용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