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군산노인종합복지관 2층 작은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수필을 낭독하는 수업 광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여름 따가운 바깥 햇볕처럼 이곳의 학구열은 뜨거웠다. 어르신들은 지도강사의 강의에 맞춰 열심히 지문을 읽고,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군산노인종합복지관의 수필반.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곳 수필반 교육은 어르신들의 글공부 현장으로 인기가 높다. 그 주인공은 총 25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구불길 문우회(회장 원준희․이하 문우회). 문우회는 2013년 9월 군산노인복지관 수필반이 개강되며 결성됐다. 특히 매년 바쁜 일정 속 뛰어난 글 실력으로 수상을 거머쥐고 있다. 박영휘 회원은 ‘돈의 가치’ 등의 작품으로 지난 2015년 대한문학 가을호(51호) 신인상에, 최성철 회원은 2016년 ‘어머니의 시계’ 등으로 대한문학 겨울호(56호) 신인상에 당선됐다. 지난해에는 양영숙 회원이 ‘두만강에서 편지를 띄운다’ 로 현대문학사조 봄호 신인상을 차지했다. 최성철 회원은 ‘택배’로 제20회 공무원대전 공모 동시 동상을, 원준희 회원은 ‘솔가지 길’ 등으로 수필과 비평 가을호 신인상에 당선됐다. 젊은 시절 직장에서 정년퇴임하거나, 문학활동을 펼쳤던 이들이 한데 모였다. 어르신들은 글을 듣고 익숙해진 뒤 직접 써 보는 등 어려운 글쓰기의 장벽을 허물어 간다. 늦은 나이지만 열정은 청춘 남부럽지 않다. 질문 공세도 이곳에선 낯설지 않다. 생소한 단어나 읽다 걸리는 글귀가 있으면 스마트폰 전자사전으로 재빨리 검색해 본다. “사투리 같은 단어가 있는데 뜻이 뭔가요?”, “이 글이 담고 있는 뜻은 무엇인가요” 어르신들은 수필을 읽고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었다. 또한 회원들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기도 하고, 평가하며 한 뼘씩 견문을 넓혀 가고 있었다. 김종기(87)씨는 “지인의 권유로 4월 초 수필 공부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아내와 같이 다니고 있다”며 “날마다 오고 싶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만난 마음이 따뜻한 직장 동료를 회상하며 쓴 수필 ‘송지누나’를 발표한 이조환(65)씨는 “교직생활 당시의 생각을 더듬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씨는 “퇴직 후 수필 공부를 시작했는데 굉장히 자기 성찰에 도움이 됐다”며 “오랜 과거를 돌아보면 한 편 한편이 인생의 철학이다”고 전했다. 형금실(76)씨는 “많은 회원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사를 돌아보며 흥미를 느꼈다”며 “늦은 나이지만 배울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세월의 무게는 던져 버린 어르신들. 질문도 하고 직접 글도 쓰며 수업 내내 이팔청춘 못지 않은 열정을 보였다. 문우회는 동인집 2호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1호 동인집을 발간한 후 2년만으로, 오는 11월 30일 발간할 예정이다. 동인집 ‘구불길’은 문학의 참맛을 느낀 15명의 회원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낸 공동작품집으로 황혼의 인생을 문학으로 한데 엮어 완성도가 높다. 원준희 회장은 “회원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분이 좋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회원별 작품의 또한 높다”고 말했다. 김재희 지도강사는 “어르신들은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가족같이 챙겨준다”며 “이 분들의 수필에는 인생 철학과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고 전했다. 수필 속 행복이 묻어나는 이 곳이 지역의 어르신들을 활기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