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신문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교육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1>“우리 어엿한 시인이 됐어요”

어린이 시인들이 모여 있는 공간 푸른솔초등학교

군산신문(1004gunsan@naver.com)2019-02-22 12:05:14 2019.02.22 12:05:14 링크 인쇄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cfa85c2cb1b6540024a469ba29c064a8_1550804774_3999.jpg


한 초등학교 교실은 매일 아침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칠판에 쓰여 있는 시를 저마다 읽기 바쁘다. 담임선생님이 전 날 퇴근하기 전 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한 편을 적어놓고 가셨기 때문이다.

시를 낭독한 이후에는 교실 근처에 있는 화단으로 가 본인들이 직접 키우는 벼, 배추, 무, 분꽃, 해바라기 등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고, 식물 속에 숨어있는 곤충들이 무엇인지 곤충도감에서 찾아본다.

어느 시골동네 학교이야기인가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군산 수송동에 위치한 푸른솔초등학교 3학년 5반 교실의 아침 풍경이다.

푸른솔초등학교 3학년 5반 담임인 송 숙 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송 선생님은 다른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부장을 2년 간 맡으셨던 경력이 있다. 그 경험은 송 선생님의 체력을 소모시켰고, 교사 생활에 회의감 또한 느끼게 해 육아휴직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휴직기간에는 자신의 즐겨하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사람들, 특히 시인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복직하고 난 이후였다. 복직 이후 첫 담임을 맡게 된 4학년 반에서 활동성 많은 남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일이 잦아 교직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렵겠다 싶어 학기 초 시를 읽고 본인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아이들 또한 시를 읽으면 조금이나마 순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퇴근할 때 칠판 한 구석에 시 한 편을 적어놓고 갔다.

계속 시를 쓰던 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말썽부리던 한 남학생이 일기장에 ‘학교’라는 제목의 시를 써왔고, 송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칭찬해주며 그 시를 발표하게 한 다음부터 반에는 유행처럼 학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시를 써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시를 읽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차분해졌고, 말썽과 싸움도 줄어들었다.

더불어 음악실을 개조해 만든 교실 옆에는 베란다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흙을 만지며 자연에서 놀아야 건강해진다는 교육방식을 지닌 송 선생님은 그 베란다에 아이들을 위해 화분을 하나 둘씩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을 보며 선생님과 같이 베란다에 화단을 가꾸기 시작했고, 본인들이 가꾼 식물들을 관찰하고 먹어보면서 즐거워했으며, 선생님과의 교감도 더 잘 이뤄졌다.

1년이 지난 후 송 선생님은 아이들이 쓴 시가 많이 모이자 ‘우리 아이들이 쓴 시도 시집으로 발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집을 발간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의 페이스북에 평소 올렸던 아이들의 시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공유해왔던 경험을 살리기로 했다.

개인이 사업 개요를 인터넷에 공개해 일반인의 투자를 받는 방식인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을 계획해 페이스북에서 직접 예약주문을 받아 그 후원금과 본인의 자비를 합쳐 ‘시똥누기’라는 첫 어린이 시집을 만들었다.

험악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아이들의 심성이 조금이나마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송 선생님의 마음이 시를 통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송 선생님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해 매년 담당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시를 읽고 쓰게 하며, 화단에서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같이 공유한다.

시간이 흘러 시똥누기 아이들이 1기, 2기에 거쳐 현재 3학년 5반 학생들은 3기 시똥누기가 됐고, 첫 어린이 시집 ‘시똥누기’에 이어 ‘분꽃귀걸이’, ‘호박꽃오리’, 교실이야기인 ‘맨드라미 프로포즈’까지 출간됐다.

종업식에 만난 송 숙 선생님은 “1년 간 아이들과 정이 들어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 아쉽고 속상하지만 시를 통해 서로 연결됐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다”며 빙그레 미소 졌다.


※ 군산신문사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문자가 잘 보이지 않을 경우 여기 를 클릭해주세요.

카피라이터

LOGIN
ID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