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인 군산중앙고등학교가 내년에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
외부에서는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이 교육부가 권고한 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파다하다.
하지만 박진무 군산중앙고 교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박 교장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과 교육환경이 미치는 영향으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교육 평등 추구를 앞세워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적도 있다.
1단계는 입시제도 개선으로, 자사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모집 시기를 동일하게 해 우수 학생 선점을 막기 위함으로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단계적 전환인 2단계는 공정하고 엄정한 운영 성과 평가로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해 점수가 낮은 학교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 전환학교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한다.
3단계는 고교 체제 개편이다. 국가교육회의 논의 후 추진 예정이지만 자사고를 비롯한 교육 불평등을 낳는 외고, 국제고 등을 폐지하려는 방침이다.
그리고 현재 학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군산 지역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경기가 어려워져 자사고인 중앙고로 지원하는 학생 수가 2년 사이 많이 줄었다.
중앙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에 근무하던 가정의 학생들 상당수에게 나오던 지원금이 끊겨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또한 불편함을 겪고 있는 등 군산 경기가 바닥을 쳐 내년에 중앙고로 지원하는 학생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같이 중앙고는 단순히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과 자사고로 지원하려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교 재정이 힘들어진 상황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려는 과정에 있다.
지난달 30일 중앙고 학교운영위원회가 만나 일반고 전환을 받아들였지만 학부모들 반발이 아직도 거세다. 이에 박 교장은 학부모들 모임에 여러 차례 찾아가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달 초순께 열리는 재단 이사회를 통과해야 중앙고의 최종입장이 나온다. 재단 이사회에서 일반고 전환을 받아들여도 전북도교육청, 교육부의 승인이 남아있는 만큼 섣불리 중앙고의 일반고 전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박진무 군산중앙고등학교장은 “중앙고의 일반고 전환은 과정 속에 있다”며 “현재 상황만 가지고 아예 자사고를 포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단언컨대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역 경기 침제로 인한 학생 수 미달 등 재정적인 부분으로 인해 일반고 전환을 고심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편 군산 중앙고등학교는 지난 2010년 6월 7일자로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됐으며, 자율형 사립고는 전 이명박 정부 시절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도입된 학교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