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선생님, 이번에 저희가 이기면 아이스크림 쏘셔야 돼요. 아셨죠?” 금요일 오후 동원중학교 족구장에서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다.
동원중은 매주 금요일 오후, 별다른 일이 없으면 사제 족구경기가 벌어진다. 교감선생님과 선생님이 한 편, 학생들이 한 편. 승패가 중요한 경기라기보다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자리다.
동원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조재윤 선생님은 올해 8월 정년을 앞둔 41년차 베테랑 교사다. 1978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했고, 군산에 와서는 서흥중, 임피중을 거쳐 현재 동원중에서는 교감으로 부임해 4년째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조 선생님은 교사로 발령받은 이후 여태까지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과 함께 축구, 족구, 농구 등 체육활동을 해왔다.
우울해보이고 힘든 학생들 대상으로 같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일상이 돼 체육활동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동원중에 교감으로 부임한 뒤에도 계속 학생들과 족구를 하는 등 체육활동을 쉬지 않고 있다. 교감으로 부임해 학생들과 같이 운동하는 것은 처음이라 혹시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매일 아침 교문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고 친밀도를 높였다.
이러한 조 선생님의 노력 덕분인지 학생들은 조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고 같이 어울렸으며, 오히려 점심시간에 조 선생님이 내려오지 않으면 족구장에서 조 선생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교무실까지 들려온다.
하지만 동원중에 온 뒤 조 선생님에게 유일한 소망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학생들이 안전하게 경기할 수 있는 족구장이 존재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동원중 운동장은 다른 학교 운동장 면적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아 26학급 800여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운동장을 쓰기란 힘든 일이였다. 특히 동원중 운동장은 군산 지역 19개 중학교 중 운동장 면적이 가장 작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보도블록 위나 주차장 앞 공간에서 줄만 치고 족구를 하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많이 있었고, 조 선생님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족구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품고 있었다.
이에 조 선생님은 전북도교육청, 시․도의원을 찾아가 건의하는 등 동원중 족구장 착공을 위해 노력했고, 그러던 와중 문승우 도의원이 동원중 운영위원회 외부위원으로 들어왔다.
문 의원은 군산 지역 도의원으로서 군산에 애착이 있었고 평일에는 학생들과 교직원의 체육공간으로, 주말이나 휴일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활용공간으로 환영받는 시설이 될 것으로 예상해 동원중 족구장 착공에 도움을 줬다.
이처럼 족구장이 만들어지면서 학생들은 안전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올해 7월 전라북도학생생활체육대회에 나가는 동원중 족구부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와 관해 조재윤 군산동원중학교 교감은 “학생들과 같이 족구하면서 안전하지 않은 상황들이 많아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족구장이 생겨 마음 편히 학생들과 운동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권위의식보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길을 가는 ‘사제동행’ 의미를 갖고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학생이 교사를 저절로 신뢰하지 않을까 싶다”며 스승의 참된 의미에 대해 논했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