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굳게 닫혔던 학교 문이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5차례나 미뤄진 끝에 80일 만에 이뤄진 등교개학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 모두 등교는 했지만 불안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3학생과 60인 미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5월 20일 등교한 뒤 ▲고2, 중3, 초1~2학년과 유치원은 오는 27일 ▲고1, 중2, 초 3~4학년은 6월 3일 ▲중1·초5~6학년이 6월 8일에 순차적으로 등교한다는 방침이다.
고3학생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고, 고등학교 1, 2학년은 학년별 또는 학급별 격주로 등교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군산지역 12개 고등학교와 오봉초 등 초등학교 23개교, 임피중 등 중학교 4개교와 같이 60인 미만 소규모 학교가 개학했다. 이에 코로나19 대응 시스템 구축으로 안전할 거라는 교육부의 방침을 믿고 관내 3만5,000여 명의 학생 중 약 7,00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됐다.
이날 제일고 정문에는 교사 8명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손 소독과 발열체크를 했으며, 30명 남짓 되는 반 학생들은 교실에 띄엄띄엄 거리 두고 앉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고3학생들의 올해 첫 등교 날이 시작됐다.
고3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색다른 등교 모습을 보인 학교도 있다. 오봉초는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 들어가는 순간 영화배우들이나 밟을 듯 한 레드카펫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깔려 있는 모습에 놀랐지만, 아이들은 금새 함박웃음 띈 얼굴로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 위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며 순조로운 개학을 맞이했다. 소규모 학교의 특징을 잘 반영한 개학 환영식이었다.
현재까지 교육부는 수능을 2주 연기한 상태로 코로나19가 조금 완화된 수준이라면 대입 일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에 코로나19 위기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되면 수능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지금 고3학생들은 학력평가, 모의평가를 한 번도 못 치른 상황으로 대입을 준비하는데 차질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시험을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렇듯 대입과 관련된 고3학생들의 등교개학에는 모두가 이의제기는 없었지만, 유치원과 고3을 제외한 초․중․고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개학을 하는 것이 괜찮은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3 학부모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있는 아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며 “학교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하겠지만 뿌리는 살균소독수를 가방에 넣어 등교시켰다. 지금도 안심할 수 없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이라 선생님들을 믿고 학교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프랑스는 개학하자마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고3 등교개학 첫날인 20일 인천에서 고3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등교하자마자 모두 귀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전북도교육청과 군산교육청 등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등교 전 건강 자가 진단 제출 ▲몸이 아플 때 등교 금지 등 교육부의 코로나19 예방수칙 지침대로 모두가 힘을 모아 방역과 학생건강관리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는 방역과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하는 어려운 국면에 있다”며 “지금까지 코로나19 위기에서 발휘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학업과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산소방서 119는 확진학생이 발생하면 이송을 담당하고, 군산시보건소는 3개의 검체 팀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다.
<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