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사진·기념품·도서·옛 학습 물품 등 기증 받고 있어
118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군산제일고등학교(교장 노환)가 근대민족주의가 형성되던 1900년대 학교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며 새로운 100년의 초석을 다지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군산제일고는 그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학교 역사관 조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일제강점기의 어렵던 시절 민족혼을 지키고자 했던 교사와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엮어 학생과 지역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역사를 전달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1903년 미국 예수교 남장로회 선교부 전킨 선교사에 의해 최초로 설립된 군산영명학교는 군산제일고의 전신으로, ‘4년제 고등고’와 ‘2년제 특별과 병설인가’를 받아 개교한 근대식 교육의 장소로, 118년이 넘는 유구하고도 위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학의 명문이다.
특히 1919년 3․1운동 당시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돼 호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3월 5일 만세운동을 주도해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이어 1940년에는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를 거부하며 폐교함으로써, 일제강점기 시절 굳은 심지로 민족혼을 지키고자 노력한 선각자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다.
실제로 영명학교 문용기 교사는 군산 3·5 만세운동, 익산 4․4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순국하고, 박연세 교사(목사)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과 함께 신앙을 전하던 중 순교하는 등 많은 인재들의 피땀들이 녹아들어 있는 학교이다. 이곳은 민족혼을 지키고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앞장섰던 20여 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하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산실을 찾아볼 수 있는 흔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문 교사가 당시 걸쳤던 두루마기가 독립기념관에 소장돼있고, 3․5만세 운동을 이 끌던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재판기록, 판결문, 제소자 카드 등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있다. 또한 1910년도 학적부, 1914~1917년 당시 졸업장과 졸업기념 사진 등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귀한 자료들이 남아있다.
이처럼 수난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는 군산제일고는 118년의 역사적 발자취가 남아있는 관련 자료와 각종 문서 물품 등을 통해 학교의 역사를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바로 알리고 군산 지역사회 역사문화 교육의 장으로 삼기 위해 역사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학교 역사관을 통해 190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를 지나 광복, 동족상잔의 비극,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오며 간직했던 빛바랜 사진 한 장, 손때 묻은 교과서, 구겨진 양은 도시락, 가슴 졸이며 받은 성적통지표 등을 통해 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고, 예술로 승화시켜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재영 군산제일고 교감은 “학교 역사관 조성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나온 역사적 전통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매우 뜻 깊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여는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관을 통해 학생과 지역민들이 지혜와 용기를 얻어 미래를 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분한 전시 자료 확보를 위해 오는 9월 말까지 학교 관련 문건, 사진, 기념품, 도서류, 옛 학습 물품 등 모든 형태의 자료를 추가 수집하고, 기증받은 자료는 기증자를 밝혀 역사관에 전시 또는 보관할 예정이다.
한편 자세한 사항은 군산제일고 행정실(440-0272)로 문의하면 된다.<유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