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열린 작가 채만식의 항일, 순수, 친일 딜레마 심포지엄 광경 학계. 친일작품이라 일컫는 작품들 대부분 다시 연구해야 한국문단사 불멸의 발자취 남겨 작가 채만식에 대한 저항 순수 친일의 딜레마를 주제로 항일작가 채만식의 재평가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은 지난 22일 오후 3시 군산리츠프라자 호텔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채만식의 항일투쟁과 순수의 정체, 친일문학 등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복웅 문화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채만식 작가의 친일문제가 대두된데 대해 최근 저항문학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강력 제기되며 채만식 문학이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채만식 문학에 대한 재평가의 일환으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1주제발표에 나선 연세대 최유찬 교수는 ‘알레고리 작가 채만식의 항일투쟁’에 대해 채만식의 작품들이 지닌 알레고리 구조, 항일문학으로서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그의 문학이 지닌 문학사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재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채만식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의 구조를 올바로 파악하고, 그 현실인식에 합당한 실천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진정한 리얼리스트이다. ▲둘째, 채만식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압제에 굴하지 않고 일관되게 끝까지 투쟁한 우리 문학사상 최고의 저항 작가이다. ▲셋째, 채만식은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문학적 진정성과 최선의 표현을 추구한 진정한 전위 문학가라고 역설했다. 특히 일각에서 친일작품이라 일컫는 ‘여인전기’는 피로 쓴 그대항일 저항사임에도 일각에서 이를 친일작품으로 여기는 것은 표피적 연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송하춘 교수는 ‘순수의 정체’ 주제발표를 통해 『채만식은 자신이 지향하는 ‘좋은 소설’에 대한 고뇌의 결과 자화상으로서의 인테리겐챠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고발적인 의미로서의 현실비판이 아니라 지성적인 차원에서의 자기 성찰을 의미하며, 그 문학적인 성과가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표출된 역설의 미학이다. 자기가 배워서 쓸 모 없는 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자기 아들은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는 그것은 채만식이 발견한 역설의 구조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그러나 그 역설도 「레디메이드 인생」 이후 주춤했다. 그 배우지 못한 아이가 시대적 안목도 없고, 이기주의에 그래서 친일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과 직면했을 때 그는 또 한 차례 큰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그리고 그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풍자의 기법을 동원하는데, 1930년대 후반기 채만식 문학을 특징짓는 「탁류」, 「태평천하」, 「치숙」, 「소망」 등의 풍자소설이 바로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테리겐챠와 속물근성, 그것은 채만식이 발견한 비판적 지성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양극화된 인물을 대조시켜 역설적인 반전을 거듭하게 하는 풍자기법이야말로 채만식이 고안해 낸 독특한 문학유산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그 역설의 발견, 재발견이 곧 카프의 목적문학과 대비돼 그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3주제 발표에 나선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채만식은 친일 행위를 ‘양서동물(兩棲動物)’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민족의 죄인’에 나오는 이 말은 표면적인 복종이었든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였든 균열되고 혼란스러운 갈등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나는 결국 본심도 아니면서 겉으로 복종이나 하는 용렬하고 나약한 지아비의 부류에 들고 만 것이었다(채만식 전집8권, 434쪽)라는 채만식의 고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작가는 표면적인 복종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인전기’의 시간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특징이 발견되고 이는 민족사의 주요한 순간을 담론에서 침묵시켜 버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인전기’는 1945년을 현재 시점으로 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일종의 액자 형식으로, 일차 회상 시점인 1915년을 다시 현재 시점으로 하여 1905년 러일전쟁을 회상하는 겹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친일의 근거로 삼았다. 이날 토론에는 백시종 한국문협 소설분과 위원장과 유화수 호원대 교수, 하정일 원광대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참가자 종합토론도 이어졌다. 종합토론에서는 학계와 민족연구소간의 설전이 전개됐으며, 최유찬 교수는 친일작품집이는 것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고, 그 친일로 분류된 작품 중 상당수를 다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채만식 작가가 친일인가, 항일인가에 대한 평가를 몇 편의 작품에 대한 분석만으로 판가름 지을 수 없음을 입증했다. 또 우리 민족의 가슴에는 누구에게나 항시 항일의식이 존재함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문학을 문학적 잣대로 바라보면 채만식이 남기고 간 발자취는 한국문단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김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