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공연하느냐는 문의가 쇄도해요. 저희도 빨리 연극을 만들고 싶은데…. 많은 부분이 열악하다 보니 많이 늦어지고 있네요. 다음 연극은 빠르면 8월말이나 9월 초 쯤 공연할 계획입니다. ‘길 위에 서다’라는 작품인데요. 관심 가져주시는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성후 극단 사람세상 대표는 공연이 늦어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극단 사람세상은 차병원 사거리에서 나운초 방향으로 사거리를 건너 좌측에 위치해 있다. 편 대표는 “14년 동안 5명이던 단원이 겨우 15명으로 늘었다. 인원이 적다보니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데 다양한 색깔을 가진 단원들의 역량이 우리 극단이 지금껏 존재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군산 연극의 자존심을 지켜온 극단 사람세상이 올해로 창단 15년을 맞았다. 1996년 창단한 사람세상은 제1회 창단공연 ‘늙은 도둑이야기’(연출 최균)를 시작으로 1998년 소극장을 개관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북어대가리’ ‘돌아서서 떠나라’ 제47회 정기공연 및 전북연극제 참가작 ‘사랑에 관한 소묘’(연출 편성후/작가 위성신)로 장려상과 최우수연기상(백호영)을 수상했다. 15년전 연기열정 하나만으로 뭉친 5명의 청년은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피터팬처럼 늙지 않는 영혼과 정신을 소유하고 있어 사람세상의 작품은 늘 생동감이 넘친다. 냉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연습하고 세끼를 라면으로 대신하면서도 단원들의 얼굴만 보면 미소가 절로 났다. 같은 생각,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극단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고. 출연료는 고사하고 사비를 들여 포스터를 제작하고 소품을 마련하면서도 좀더 나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욕심에 힘든 줄 몰랐다. 극단 운영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강의를 나가고, 시간을 쪼개 밤 늦도록 연습하는 그들을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숙명처럼 여겼다. 그동안 50여편의 공연을 선보인 사람세상은 차라리 연습할 때가 행복하다고. 연습이 없을 때는 이정표를 잃어버린 것 마냥 불안하다고 한다. 최근엔 인지도도 높아지고 연극을 사랑하는 분들이 늘어 후원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살림형편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사람세상은 신인 극작가와 연기자 및 연출가 공모제로 실력을 검증받은 극단을 영입, 지역색을 지닌 ‘우리 연극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편 대표는 15년 기념공연을 제작하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 보다 설렌다고. “우리 극단은 최균 상임연출자의 인생과 영혼뿐만 아니라 단원 모두의 삶을 바친 곳이라 이번 공연이 큰 의미로 다가 온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편 대표는 이 극단이 군산 간판 극단으로 자리 잡게 된 원동력이 ‘다양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극단이 대부분 연출가 한명이 이끄는 원톱 시스템이었는데 사람세상은 이를 배제하려고 했다”면서 “저를 포함해 편성후, 최성진 등 3명의 연출가가 있는데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각자 다양한 색깔과 개성을 갖고 자기 작품을 하도록 해주는 게 운영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편 대표는 또 “단원들이 다양한 연출가와 함께 작업해볼 수 있다는 게 다른 극단과의 차별점”이라면서 “극단 운영도 처음부터 공동체 방식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5년 기념 공연으로는 ‘길 위에 서다’는 작품으로 최 상임연출가가 맡았다. 최 상임연출가는 “연극이라는 게 원래 배고픈 길이죠.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관객이 줄어들고 영상 매체도 점점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게 되면서 연극이 겉으로는 구태의연하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보면서 배우와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본 관객은 오랫동안 연극 관객으로 남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연극 무대를 통해 동시대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연극은 어렵긴 하지만 살아있는 예술이며 다른 모든 예술에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위치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