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아가씨가 생명력 강한 무궁화 같은 한국아줌마가 됐어요. 이젠 다른 이주여성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빛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아줌마 파이팅!” 법무부 주최로 20일 안산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인의 날’ 재한외국인 생활체험수기 자원봉사자부문 공모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오우치 가즈에(산북동)씨의 소감이다. 16년 전, 한국이 분단국가인지도 모를 만큼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 가즈에씨는 오로지 남편 하나만 믿고 걱정을 억누르며 시집와 남편 조카 둘과 함께 넷이서 지냈다. 사소한 문화차이지만 직접 겪는 그녀에겐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왔다. 일례로 한국 밥그릇이 일본 것의 2배 정도가 돼 식사 때마다 어려움을 느꼈지만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 먹었고, 더 먹으라고 권하는 가족들의 말에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한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그녀에게 집밖의 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고, 본래 수다쟁이였던 그녀는 말할 상대가 없어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다. 그때 그녀를 든든히 지켜주었던 이는 다름 아닌 두 조카. 하루 종일 조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조카들에게 늘 알려 달라고만 하고 못하는 것이 많아 미안했던 가즈에씨는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카는 “우리는 식구니까 미안하다고 안 해도 돼요. 그럴 때는 고맙다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해 가즈에씨는 비로소 한 가족이 됐음을 느꼈다. 조카들은 그녀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한국문화, 가족문화 등을 세세하게 가르쳐줬다. 이에 가즈에씨는 가족들과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낱말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드라마나 만화영화, 뉴스 등을 닥치는 대로 보면서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해 한국어를 익혔다. 그리고 그녀의 한국어가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데는 매일 2시간씩 한국어를 지도해준 교회 사모와 함께 수다를 떨어준 주변 아줌마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국에 온지 10여년이 되면서부터는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어졌다. 그러자 가즈에씨의 가슴 속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에 살면서 주변인들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자신이 잘 적응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었다. 일본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명화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잘 따라주는 장애아동들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자신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며 가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자 자신감이 붙고 보람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요즘 그녀는 매우 행복하다. 좋아하는 배구를 할 수 있고 실력도 인정받아 주장까지 맡아서 팀원들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뭔가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다. 특히 배구로 인해 동갑내기 친구들도 많이 생겨났다. 또래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비슷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자신이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고민이 아니라 한국인 부부들이 대부분 느끼는 고민임을 알게 돼서다. “처음 한국에 와서는 조카와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혼자서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진정한 한국아줌마가 돼가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과 남편, 다른 사람들이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따뜻한 햇빛이 되고 싶다”는 가즈에씨. 그녀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가? 그래도 한국아줌마는 슈퍼우먼이라 꼭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한국아줌마임을 자랑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