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이 중국 소설가 모옌(57)에게 돌아가면서 몇 년간 꾸준히 유력 후보에 오르며 수상의 기대를 모아온 군산 출신 고은(79) 시인의 수상은 또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이번 노벨문학상 발표에 이어 문단에서는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수상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적극적인 번역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가 수상하면서 올해도 시인이 상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다 결국 11일 수상자는 소설가인 모옌에게 돌아갔다. 모옌은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데뷔작인 ‘붉은 수수밭’ 원작자로 서방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01년에 시작된 노벨 문학상에서 아시아권의 수상자는 인도 시인 타고르(1913년 수상),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4)와 오에 겐자부로(1994)등 3명 밖에 없었다. 고은 시인은 1933년 군산시 미룡동에서 출생, 본명은 은태(銀泰) 법명은 일초(一超)이다. 군산중에서 수학하던 중 한국전쟁을 맞아 휴학했고, 1952년 입산해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여년 동안 수선(修禪)과 방랑생활을 하다가 1962년 환속했다.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회장, 민주회복국민회의 중앙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1958년 시 ‘폐결핵’이 ‘현대시’에 추천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이래 ‘피안감성’(1960), ‘해변의 운문집’(1964), ‘신 언어의 마을’ (1967)을 비롯해 ‘만인보’, ‘백두산’ 등 많은 시집을 발간했다. 연작시 ‘만인보’는 그 규모의 방대함과 시적 상상력의 포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민족의 삶의 모습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채롭게 엮어가고 있는 이 시의 독특성은 반복과 중첩의 묘미에서 찾을 수 있다. ‘백두산’이 역사에 대한 신념을 서사적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면 ‘만인보’는 민족의 삶과 그 진실을 서정의 언어로 통합시켜 놓은 훨씬 폭 넓고 깊은 역사의식을 포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