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형 등 프로그램 개발도 절실 군산 근대시간 여행축제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처음 열린 축제치고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지만 프로그램 구성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따라서 이번 축제는 지역내 근대유산을 활용한 축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탄탄한 프로그램 구성력을 갖춰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남기게 됐다. ◇근대유산 활용 가능성 확인 100여년간 온전히 보존해 온 근대문화유산을 소재로 열린 이번 군산 시간여행축제는 시작부터 적잖은 관심을 불러왔다. 일제의 수탈에 항거하며 나라를 지켰던 우리 선조들의 의식주와 정서, 문화․예술, 풍습이란 소재를 축제 형식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1925년 일본인 서커스단 직원이었던 동춘 박동수에 의해 창단된 대한민국 최초의 서커스단 공연은 이번 컨셉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전통적인 곡예와 묘기 위주의 서커스에 예술성을 가미한 현대 서커스로 기계체조와 곡예, 무용, 마술,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근대 역사 수탈의 아픔을 상기시키려는 애쓴 노력도 눈에 띄었다. 각시탈 캐릭터를 활용해 일본 순사에게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우리 선조의 항일정신을 기리기 위한 '쫓고 쫓기는 각시탈+보물찾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소설 탁류의 은행원이자 긍정의 캐릭터인 남승재를 소재로 내세워 '남승재가 만드는 독립자금'도 시대의 역사성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많은 참가자가 몰려 큰 인기를 누렸다. 시도 이번 축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마땅한 대표적인 축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축제는 향후 군산의 대표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자평했다. 또 원도심 일대 각종 음식점 등에 하루 종일 관광객으로 붐벼 원도심 활성화에도 한몫했다고 평했다. 시 관계자는 "근대유산을 활용한 군산의 대표축제 발굴에 따른 경쟁력과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축제의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근대에 걸맞이 않는 프로그램 근대(近代)는 1890년대부터 해방직후를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시간여행축제는 애매모호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적잖은 혼란만을 가져다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축제장 부스에는 1970~80년대 물건들로 채워져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7080을 연상케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천막으로 둘러싼 교실은 1970년대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선보였다. 나무 책걸상과 당시 교과서는 물론이고 유행했던 어린이 잡지도 보였다. 여학생들의 필수품인 분홍 플라스틱 필통과 남학생들의 자존심인 슈퍼맨 알루미늄 도시락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부잣집 아이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자동연필깎기도 전시되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상장과 사진, 아이들의 놀이기구였던 양이와 종이인형도 걸렸다. 부스에 전시된 신문가판대에는 1994년 10월25일자 스포츠신문이 걸려있는데 고소영의 스캔들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교탁위엔 못난이 삼형제가 눈물을 흘리고 있고, 가판대엔 주간경향과 선데이 서울 등 주간잡지로 빼곡했다. 천장에는 화학조미료 봉지와 설탕봉지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땅 바닥 한 구석에는 1980년대 어느 가정집의 식사를 책임졌던 전기밥솥과 1990년대 초반 연인들의 밀애를 전달했던 전자식 공중전화기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나뒹굴기도 했다. 먹거리부스 역시 근대 먹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김밥과 떡볶기, 라면과 국밥 등 현대 먹거리들로 채워졌다. 축제 현장을 찾은 한 관광객은 "근대 개념의 시대적 배경을 혼돈한 것인지 아니면 근대시대를 대변할 유물이 부족해서인지 다소 프로그램면에서 미흡한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람객도 "전시물들이 축제의 주제인 근대에 맞지 않는 등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주최측의 세밀한 기획 부족을 아쉬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