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문물의 창구에서 일제 수탈지로 전락 근대문물의 중심지 '옛 행정타운' 영욕의 세월만 월명산과 흥천사, 해망굴 등에서 조금 나와 중앙로 방향으로 향하면 서초등학교와 좁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이 바로 군산창길인데 해신동주민센터와 옛 군산소방서 자리에 있는 금동소방파출소, 군산해경청사, 수덕산공원 등이 연결되어 있다. 중앙로의 작은 길처럼 구영1, 2, 3, 4길 등과 마주하고 있고 마치 바둑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잘 정돈된 근대적인 도시계획도로이다. 특히 이곳은 월명산을 뒤로하고 있어 4월이면 유명 꽃 군락지가 안 부러울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봄철이면 개나리와 진달래, 왕벚꽃 등이 흐드러지게 펴고 이에 앞서 겨울과 봄의 경계를 알리는 군산시의 시화(市花)인 동백꽃이 온산을 홍색으로 물 드리운다. 일제강점기 때 군산의 초기 행정타운이었던 이 지역은 지금은 과거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지역 대표적인 건물군이 있었던 곳이다. 이 건물군(群)이 위치한 곳은 대부분 금동(錦洞)이다. 1899년 군산이 개항됨에 따라 일인의 거류지가 되어 금정이라 했다가 1946년 왜식 동명을 바꿔 금동이라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금동소방파출소 맞은편의 구 상공회의소 건물이 있었던 주차장 부지. 당시 군산상공회의소(건평만 644평)는 1912년 일인들이 중심돼 모금활동을 벌여 공회당 겸 구 상공회의소 자리에 청사를 신축하는데 9년만인 1921년 이성당 인근에 새로운 청사를 지어 이전한다. 남은 자리에 군산 최초의 도서관 당시 부립 도서관이 들어섰다 이전했던 상공회의소 청사가 1933년 화재로 전소하는 바람에 본래 자리로 되돌아온다. 당시 일인들이 만들었던 상공회의소는 객주회를 비롯한 조선상인단체와 조선에 진출한 중국 상인들이 만든 상무회를 제압하고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존의 일본인 단체를 통합, 상공회의소를 조직했다. 이 건물은 일제 말 일본군 호선부대의 사령부로 이용되기도 했다가 해방 후 옛 군산경찰서 옆 대한항공 건물로 이전했고, 다시 실업 야간학교인 청구여상으로 사용되던 본래 상의 건물로 재 이전하는 역사를 겪어야 했다. 이후 이 건물은 해방 후 상당기간 상공회의소로 이용했으나 노후 건물로 판정되면서 시가 그곳에 땅을 매입, 주차장으로 만들었으며 지금의 조촌동 청사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조그만 가면 과거에는 군산의료원이 있었던 곳에 군산해경 청사가 들어서 있다. 군산의료원은 1922년 관립자혜의원으로 출발, 1925년 도립 군산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1983년 지방공사 전라북도 군산의료원으로 변경한다. 이후 원광대병원에 위탁(1998년)됐다가 2년 후 전북도 군산의료원 등을 거쳐 16년만인 지난 달 직영체제로 전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때 대야출신 이길녀 경원대 총장(길병원 이사장)이 젊은 시절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의 군산의료원은 지난 1998년 12월 착공한 후 3년 4개월만인 2002년 4월 8일 지곡동으로 신축이전, 군산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이다. 물론 옛 군산의료원 부지에는 군산해경이 2009년 7월 현재의 금동 신청사로 이전하기에 앞서 소룡동에 있던 옛 청사를 전북도에 매각했다. 해경 맞은편에 있는 수덕산 공원의 한 자락에는 신흥교회가 있다. 이곳에는 이 교회가 교회 84주년(2008년 6월29일) 행사의 일환으로 만든 '신흥의 종'이 있다. 여기에는 1896년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의료와 선교활동을 위해 군산포교소를 열었던 곳이라고 적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수덕산… 근대적인 군산의 근원지 월명공원 동남쪽에 있는 수덕산은 한때 수륙산으로 불리웠고 옛날 수륙제를 지냈던 곳이다. 수덕공원은 2004년도에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조성된 소규모 근린공원. 해발 68m의 야산. 수덕산의 역사적인 의미는 남다르다. 역사서 등에 따라 위치가 제각각이지만 일반적인 군산진터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한전 군산지점까지 수덕산이 산자락을 깔고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군산진터로 장미동 한전 군산지점으로 보는 이도 있고 일부에선 지금의 영화동 주변으로 협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도 군산의 지형 특성상 상당한 거리를 잇는 산이었을 것이다. 즉, 군산진에 대한 흔적은 장미동 소재 군산예수병원(옛 동서병원) 앞에 있는 군산진사적비를 볼 때 한국전력 군산지점과 여성회관 일대까지 성곽이 있었던 것이라는 내용이 통설이다. 1923년 지도에 그려진 중요 시설물을 살펴보면 현 한국전력 군산지점에 있던 수덕산의 모습이 보이며, 그 산의 남쪽 기슭에 군산부청이 있고 당시 북구정이라고 불렸던 수덕산 정상에는 등대 감시소가 설치되어 있었단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군산진이 일본인들의 침략의 전진기지가 된 것이다. 개항과 함께 영화동 등이 조계지로 조차되면서 일인의 침탈조직인 일본영사관이 수덕산에 들어섰고 그 후 1908년 군산이사청이 신축돼 20년간 일제 지역침탈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후에 옛 시청부지로 이전, 해방을 맞았고 1995년까지 행정타운의 중심에 있었단다. 한편 2012년 8월 태풍피해복구공사가 지난해 5월 중순 말끔히 정비되어 주역주민의 산책 쉼터는 물론 운동을 통한 치유공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곳은 2012년 8월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등의 영향으로 인해 공공시설과 주택 등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과거 20~30년 전 피난민촌이 형성됐을 당시 축조된 높이 20m 규모의 4단 석축이 집중호우 및 태풍으로 인해 전반적인 균열이 발생, 피해우려가 높았던 곳이다. 이에 시가 적극 나서 중앙부처를 설득해 복구지원을 받아 지금의 공원으로 조성했다. 특히 해경 청사 쪽에서 옛 월명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산책로를 신설, 기존 산책로에 연결함으로서 여러 방향에서 공원 정상의 휴게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석축으로 이뤄졌던 급경사지를 완만한 자연경사지로 바꾸고 주변 환경을 고려한 조경석으로 복구했다. 본래 이 공원은 마땅한 이름이 없어 무명의 공원이었지만 이 사업을 마무리한 뒤 지역 고유지명을 넣어 '수덕공원'으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