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철도문화유산 보물창고 ‘군산’ ②곳곳서 철도관광자원화 목소리 군산의 근대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철도의 역사다. 일제가 쌀 수탈을 목적으로 군산역을 세운 이후, 철도는 군산 시민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왔다. 그로부터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 군산의 철도는 최근들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외지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일부에선 이 같은 철도문화 유산을 하나하나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군산시 역시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산 철도문화유산을 어떻게 관광자원화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할 뿐 종합적인 플랜이 세워져 있지 않다. <군산신문>은 오랫동안 시민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해 온 철도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다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군산의 철도문화유산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잠시 역사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군산철도 역사는 1912년 일제에 의해 영업을 개시한 군산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마이 뉴스> 조종안 기자는 군산학 강좌 ‘사진으로 보는 군산의 삶과 풍경’에서 군산역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군산역은 옥구군 미면에 속해 있었다…역사(驛舍)는 평면형태의 사각형 모양 지붕에 일본 전통양식 2층 높이의 목조건물로 구조와 외관이 북한의 평양역과 같아 그 자체만으로 볼거리였다” 일제는 그 해 호남의 관문 군산을 곡식 수탈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군산선(군산~이리. 단선 23.1㎞)을 개통하고, 이후 철도를 내항까지 연장시킨다. 3년 뒤에는 임피역과 개정역이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한다. 1929년에는 64인승 기동차도 군산~전주간 운행을 시작했다. 1931년에는 철도가 군산 세관 뒤편까지 연장되고, 그 곳에 들어선 군산항역이 시발역이 된다. 군산항역은 간이역으로 개찰구만 있는 작은 규모의 건물이었다. 하지만 부둣가인데다 군산~장항을 잇는 도선장과 일본인 거주지(영화동, 장미동, 월명동, 금동)와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이용이 많은 편이었다. 당시 군산항역~전주를 잇는 열차는 경전철로 불리는 협궤 열차였다. 군산항역으로 인해 군산선은 처음 개통 당시보다 1.7㎞가 늘어난 총연장 24.7㎞에 이른다. 군산선이 지나는 경포천의 약 50m 길이에 이르는 아흔아홉다리(송경교)는 오랫동안 군산의 명물로 자리했다. 철교 침목이 99개가 맞는지를 놓고 내기가 흔했던 곳이기도 하다.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흔아홉 다리는 다리가 길어 붙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해방을 앞두고는 1944년 북선제지 군산공장 전용선(경암선)이 개통된다. 군산역~북선제지 군산공장(2.5㎞)구간을 일컫는 것으로 북선제지선, 고려제지선, 세대제지선, 세풍제지선, 페이퍼코리아선 등 험한 세월의 굴곡만큼 명칭도 자주 바뀌어왔다. 이 경암선이 요즘 외지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철길마을이다. 이 철길의 특징은 1944년~2008년까지 64년을 제지회사에서만 사용하는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1953년에는 미군부대 보급품을 수송하는 군산 비행장선(옥구선 11.8㎞)이 완공된다. 1952년 5월 일제가 아닌 유엔군에 의해 착공되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초기 공식 명칭은 군산 비행장선이었으나 발음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1955년 옥구선으로 개칭됐다. 1953년 6월엔 지경역이 대야역으로 역명이 바뀐다. 기차가 대중화 시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에는 군산~대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군산선 열차는 1988년 비둘기호 하루 왕복 26회, 1990년 20회, 1993년 14회 운행했다. 1996년 5월에는 비둘기호 운행을 중단하고 도시형 통근 열차 통일호를 군산~익산~전주 간 하루 왕복 14회 운행한다. 그렇게 시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군산선 열차는 증기기관차, 비둘기호, 통일호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한 세기를 운행해오다 2007년 12월 말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객 운송을 내흥동 신(新)군산역에 넘겨준 대명동의 군산역사도 2008년 1월 대야~군산 구간이 화물선으로 지정되면서 화물역으로 잠시 바뀌었다가 철거됐다. 당시 옛 군산역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역 앞에는 날마다 도깨비 시장(반짝 시장)이 서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에는 한 세기를 거쳐 다양한 철도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지금은 존재하는 것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다. 군산의 철도 역사를 들여다보면 근․현대사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교과서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도 한다. 철도유산자원을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