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사가 되고 싶습니다” 열두 살 초등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서점을 돌며 마술서적을 파고들었다. 일찍이 마술서적에 빠져든 마술 광 소년은 바로 ‘문태현(30)’ 씨. 문씨는 열두살 남짓부터 마술을 독학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공부에 적성이 맞지 않아 고등학교도 자퇴했다. 이후 서울로 상경해 다양한 분야의 마술사들과 교류했다. “지방사람이라 위축됐는데 의외로 제가 그 사이에서 실력이 좋았어요. 한 분은 제게 대회에 나가 보라고 제안했죠” 그는 19살 때 한일 국제마술대회, 전국의 각종 마술대회들을 휩쓸었고 이은결·최현우 마술사가 소속된 회사로 스카우트돼 정식 마술사의 첫발을 내딛었다. 마술사라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메이저 소속사에 몸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문씨는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틀에 박힌 회사일정은 그를 시험에 빠뜨렸다. “결국 스무살 때 사표를 날리고 1년여동안 고시원 방에 박혀서 공부를 했어요. 하고 싶은 마술은 엄청 많은데 회사가 막는 것만 같았어요. 죽어라 트릭 노트(마술의 속임수 비법을 적은 공책)를 썼고, 그때 탄생한 게 피에로 마술입니다” 피에로 마술이란 사람의 양면성을 표현한 마술이란다. 관객들이 단순히 재밌다고 생각하는 마술을 넘어 희노애락과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울림있는 마술’을 만든 결과물이다. “당시 존경하는 마술사 토미 원더도 만났고 국제마술대회 게스트로 초청돼 수차례 피에로 마술을 선보였어요. 방송 제의도 많이 들어왔죠” 마술으로 스토리텔링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전무했다. 문씨는 나날이 승승장구했다. 주위에서 그를 찾는 횟수도 늘었고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그를 군산에 데려온 후 문씨는 슬럼프에 빠질 뻔 했다. 지방에서의 활동영역과 마술 콘텐츠는 서울에 비해 너무도 열악했기 때문. 부모님 말이라면 뭐든 들었던 문 씨는 “고심 끝 군산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0년 마술 전문회사 '문 팩토리'를 세우고 ‘마술을 통한 군산시민들의 문화의식 향상’을 회사 목표로 삼았다. 피할 수 없으니 즐겼고, 즐기니 일도 술술 풀렸다. 초창기에는 은파호수공원에서 버스킹(길거리 공연) 마술을 펼치며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길거리 공연문화가 전무했던 군산에 마술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 뒤 지금까지 마술 캠프, 두레누리 페스티벌 마술게스트, 초근접 마술공연 ‘more closer’ 등 군산과 서울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현재 문 팩토리 소속 마술사는 (문 씨 포함)8명.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의 계획은. 그는 “군산 마술사들이 제대로 대접받기를 바란다. 지방이라 열악한 점이 많지만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어 “지금은 크고 작은 행사가 없더라도 은파에서 마술 공연을 펼치는 마술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술을 어려워했던 군산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도 마술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