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회관이 고은 문학관으로 바뀔까. 최근 고은의 삶과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은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가운데 유력 후보지로 시민문화회관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시민문화회관을 고은 문학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승우 군장대 총장)는 지난 18일 서해대학교 서해홀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은문학관 건립을 위한 토론회 및 시민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의 요지는 고은문학관 건립과 함께 그 대상지로 시민문화회관이 적합하다는 것. 이날 공청회에서는 오춘옥 단국대 교수(고은학회총무), 서해성 성공회대 교수(소설가), 안창모 경기대 교수, 김철규 문인협회 군산지부장, 배형원 군산시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오춘옥 교수는 발제를 통해 “고은 선생은 한국문학사에 유례없는 문학 성취를 이룬, 한국문학 및 세계문학의 큰 봉우리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이러한 고은 시인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의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그의 고향인 군산에 문학관 건립을 짓는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군산시민문화회관의 경우 건물에 조각을 접목시킨 건축가 고 김중업 선생님의 건축물로 유명하다”며 “이곳에 고은문학관을 짓는다면 시인의 생가터인 은파유원지와도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남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에 나선 김철규 (사)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장은 “현재 군산시민문화회관은 지역내 예술인 단체들이 명패만을 달고 있을 뿐 그 역할에 대해서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이제 군산시민문화회관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고은문학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군산시와 시의회의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방청객들도 시민문화회관 내 문학관 건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자리에 참석한 65명 방청객을 대상으로 "고은 문학관 장소로 시민문화회관이 어떻겠냐"는 설문조사에 60명이 찬성의 뜻을 밝힌 것. 한 시민은 “군산시민문화회관은 시민들의 접근성이 양호한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악한 군산지역의 문화수준 향상을 위해서라도 군산의 대표 건축물인 이곳에 문학관을 세워야 한다”고 적었다.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시민문화회관에 고은 문학관이 들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 고은 문학관으로 시민문화회관뿐 아니라 일각에선 제 3청사와 옛 시청 부지 등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와 설문조사가 시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다양한 의견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 시민문화회관을 문학관으로 활용할 지 여부는 내년 초 쯤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건축의 거장인 고 김중업 작가의 마지막 유작인 군산시민문화회관은 1988년에 건축돼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층 559석, 2층 299석 등 858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