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전북 군산에 존재했던 권번(券番)과 기생(妓生)들의 다양한 활동이 오롯이 담긴 책 <군산 해어화 100년>(300쪽: 편찬자 조종안)이 출간됐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기생에게 붙여진 애칭이다. <군산 해어화 100년>은 비매품으로 옛날신문 기사 및 광고 400여 개와 흑백사진 100여 장, 컬러사진 20여 장 등이 시대별로 수록됐다. 특히 한국문화원 연합회 2017년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의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출간돼 의미를 더한다. 총 5장으로 구성돼 제1장은 기생의 기원과 조선 시대 기녀들의 삶, 제2장은 대한제국 시대 기생조합과 권번, 제3장은 일제강점기 군산 기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정리하였다. 제4장은 호남 최대 산수정 유곽, 제5장은 군산의 마지막 ‘생짜 기생’ 장금도 명인(군산시 향토유산 제20호)의 삶을 통해 격동기 군산 기생들의 삶과 사회상을 조명한다. 조종안 씨는 “일제강점기 군산에는 세 개의 권번(군산권번, 보성권번, 소화권번)과 두 개 기생조합(한호예기조합, 군창예기조합)이 존재했고, 소화권번 돌비석이 묻힌 장소와 산수정(명산동) 유곽 창기들이 동국사를 순례지로 여긴 이유, 그리고 ‘권번 부채춤’ 본고장이 군산이란 것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 기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 을사늑약(1905), 한일 강제합병(1910) 등 조국이 망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들이었다”라며 “망국의 설움을 직접 경험한 기생들은 일제의 회유와 협박,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도 선진 문화를 가장 먼저 체화하면서 전통 예술을 계승 발전시킨 장본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책에 등장하는 기생이 100명에 이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군산 외곽인 대야에 명월관이 존재했던 이유와 옛날 기생들과 요즘 연예인들 수입 비교도 흥미를 돋운다. 조종안 씨는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역사바로잡기와 향토사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졸필을 추천해주고 선정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