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영 작가(오른쪽)와 어머니 박청숙씨.>발달장애 천연염색&규방공예 작가 권순영(22) 씨는 그림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스물 두 살. 감수성이 풍부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순영씨의 꿈은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처럼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이다.순영씨의 작품은 가족의 단란한 모습부터 풍경화, 정물화, 공예 등 폭이 넓다.다양한 표정의 가면들을 그려 표현한 인간군상, 좋아하는 분홍색 단추가 사라졌을 때 느낀 상실감을 그려낸 추상화도 있다.사람들은 순영씨를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색감이 아주 훌륭하다고 말한다. 언어발달이 느려 감정 표현이 서툴었던 순영씨가 미술을 매개로 감정 표현을 하며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순영씨는 발달장애 2급. 경증장애인에 해당된다.두 살 무렵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언어습득이 느리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소스라치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겉으로 보기엔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더욱 힘들었다. 일반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2004년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떠난 순영씨는 그곳에서 미술을 배우게 된다.“네가 좋아하는 색으로 캔버스를 꾸며 보아라.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선생은 자유로운 점선 표현으로 창의적 교육을 펼쳤다. 언어가 발달하지 않아 일찍이 사물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순영씨는 금세 실력을 향상시켰다. 순영씨는 2014년 10월 귀국한 순영씨는 지난해 군산에 정착해 발달장애대안학교 산돌학교에 재학 중이다.천연염색은 강원도 삼척 자연예술학교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배웠다.지난해에는 규방공예를 시작했다.군산시민예술촌 소개로 차림문화원을 소개받아 10월 둘째 주부터 매주 1회 바느질 등을 배우고 있다.순영씨는 Housing Fair 1등 및 Duck Stamp 3등(2006), 저지시티 주지사 특별상(2013), 한국일보 주최 한미청소년아트대회 특선 및 Duck Stamp 장려상(2014), 홍익대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에서 열린 ‘미술전시회’ 참가(2015), 삼척시 문화창작예술장터 천연염색 작가로 참여(2016) 등의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또, 10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군산시민예술촌 야외갤러리에서 펼치는 특별 기획 작품전 ‘22 설레임’을 개최하며 작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홍대 출신 젊은 청년 작가들도 순영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장애인이 학교 졸업 후 사회인으로서 맞닥뜨리는 현실, 중증 장애인 위주의 장애인 제도 등 순영씨 앞에 놓인 벽은 크고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품활동과 전시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작가 권순영’의 자립을 보여주기 위함이다.순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사람들은 발달장애를 가졌다고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색감을 알고 내 생각을 그려나갈 수 있어요. 사람들이 내가 말을 잘 못 한다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오해하지만 지금 나는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 잘 해낼 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처럼 이 세상이 예쁘게 되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