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샘거리(큰샘길) 등 찾아보는 탁류 속 군산
군산신문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7일 3일간, 군산시립도서관에서 실시한 우리 동네 작가와의 만남(이준호, 배지영, 문정현 작가)과 관련해 군산 지역의 세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동화작가이며 채만식 연구자인 이준호 작가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저는 동화작가 이준호 작가입니다. 198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생계 때문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군산으로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군산토박이며 작가인 제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고 오순도순 재미나게 살고 있고, 제게 아내는 첫 독자이자 검열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아마 제 운은 아내를 만나느라 다 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의 40년을 넘게 살아온 군산은 저에게 제2의 고향으로 본 고향인 대구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이제 군산이 더 편하고 익숙하네요.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특히 소설집을 많이 읽었고요. 저는 글 쓰는 일에 관심 있었으며 노력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노력형 작가’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1994년 계간지 ‘작가세계’에 제출한 단편소설 ‘습관성에 대하여’가 당선돼 등단했습니다. 1996년 전북도민일보, 1999년 전북일보에서 1년간 소설을 썼고요. 1997년 소설 경장편 1편을 썼습니다.
이후 2001년 MBC 창작동화대상에 제출한 장편동화가 당선돼 동화작가가 됐습니다. 주요저서로는 ‘하늘로 올라간 미꾸라지’, ‘할아버지의 뒤주’, ‘그해 여름, 닷새’등이 있습니다.
현재 군산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소설 ‘커렉터’를 5월말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출판될 소설 커렉터는 미래(2056년)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일본의 식민지라는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소설 커렉터는 2056년의 반도(조선)는 내지(일본)의 식민지이며, 주인공인 조선인 야스모토 류타는 실종된 엄마(양자물리학자)에게 편지를 받게 되고 일본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역사를 바꿨다는 걸 알게 됩니다. 편지 속 엄마의 부탁으로 자신이 야간경비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주항공박물관에 전시된 타임머신을 이용해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주된 공간적 배경은 군산의 옛 조선은행을 리모델링한 근대건축관이며, 소설에서는 우주항공박물관으로 설정됐습니다. 줄거리만 들으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역사가 담긴 역사대체소설로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채만식 연구자로서, 탁류의 속편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채만식의 ‘탁류’는 소설 속 배경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흥미로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소설과 남겨진 기록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도 현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가끔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입니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구 군산역, 제중당(전북약국), 금호병원(삼성디지털프라자), 제일보통학교(중앙초등학교), 큰샘거리(큰샘길), 조선은행(근대건축관), 미두장(근대건축관 네거리) 등 탁류 속 군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 십 년 전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경이로웠고, 이 것을 묻어둘 것이 아니라 현대에서 글감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탁류의 속편을 작성했습니다. 또한 탁류의 마지막 장은 ‘서곡’으로 새로운 시작을 염두에 둔 것 같았고, 탁류 결말도 열린 결말로 탁류 이후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탁류의 주인공 초봉을 좋아했던 의사지망생 남승재를 주인공으로 삼아 중일전쟁과 6․25 등의 역사를 거치는 내용의 장편소설을 다 작성했고 수정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본인만 알고 있는 군산의 자랑거리를 소개하자면?
동신교회 뒤편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대부분 다 아시겠죠? 저는 그 곳을 참 좋아하고요.
선양다리 위 소설 탁류 속 초봉이 아버지였던 정주사 집터를 보러 가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살았던 역사현장을 느낄 수 있고, 글 쓰다가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작가는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말고 진지하게 접근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면 ‘전력투구’해야지만 성취도가 높아지죠. 그러므로 작가를 하고 싶다면 진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책을 읽을 때마다 은, 는, 이, 가 등 조사에 동그라미 치며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읽습니다. 글의 리듬을 파악해 흐름을 잡으려는 노력인데요.
이외에도 책 속의 표현 중에서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렇게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단순하게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읽고 책을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칩니다.
끝으로 작가가 되는 것보다 작가가 된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작가가 된 이후 자만하지 말고 쓰는 글마다 공을 들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