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금강역사영화제가 폐막했다. 군산시와 서천군이 공동주최한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돼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지난 24일 저녁 7시 군산예술의 전당 야외특설무대에서 개막식이 열렸으며, 군산시와 서천군의 관계자와 시민들, 그리고 이준익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에서는 관동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제 치하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국화와 단두대>(제제 다카히사 감독,일본), 군산 올로케이션 작품으로 과거 기지촌 여성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드러낸 <아메리카 타운>(전수일 감독) 등 국내‧외 20여 편의 역사 영화가 상영됐다.
상영작들은 군산CGV와 서천군 기벌포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으며, 서천미디어문화센터와 군산근대건축관(구 조선은행)에서는 야외영화상영이 연달아 펼쳐졌다.
▲ 강형철 시인(좌)와 윤중목 시인(우)가 문학 대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부터 군산 장미공연장에서 진행됐으며, 모두 3부로 이뤄졌다.
1부는 EBS에서 방송된 한국기행 ‘해망동 망향가’ 영상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2부는 강형철 시인과 윤중목 시인이 함께한 시집 ‘해망동 일기’ 문학 대담회, 3부는 소룡동‧해망동 주민과 함께 하는 ‘해망동 일기’ 시낭송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2시간 동안 관람객들이 질문하고 강형철 시인이 답변하는 소통의 장을 열었으며, 황석영 소설가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과 소룡동‧해망동 주민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강형철 시인
강형철 시인이 쓴 시집 ‘해망동 일기’는 5부로 나눠져 모두 58편의 시가 수록됐으며, 강 시인이 나고 자란 군산, 그 중에서도 해망동에 대한 애환이 절절히 담겨있다.
강 시인은 옥구군 미면 신풍리 사장1구 출신으로 옥구가 군산으로 통합, 군산시 소룡동으로 행정구역이 변경돼 군산토박이라 할 수 있고, 본인이 살던 작은 마을 옆이자 소룡동과 해망동 경계에 존재하던 해망동 999번지 실향민촌<가칭>에 대해 봤던 그대로를 시에 담았다.
군산시 해망동 999번지 실향민촌은 6‧25전쟁으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온 황해도 주민들이 군산 바닷가 근처에 집을 짓고 살던 곳으로 수용소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의 소룡동 서부선착장 주변에 바닷가를 따라 널빤지와 슬레이트 지붕이 늘어선 이 곳은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로 선정‧철거돼 살던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슬픔을 겪었다.
피난민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던 군산에 내려와 빈민촌을 형성해 힘들게 목숨을 연명했으며, 그나마 이들에게 위안을 준 건 바다뿐 이였다. 피난민들은 바닷일을 하며 먹을거리를 얻기도 했지만 반면 다쳐도 도움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했다.
강 시인은 어린 시절 접했던 이러한 잔상들을 시로 승화했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소룡동‧해망동 주민과 함께 하는 ‘해망동 일기’ 시낭송 시간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망동 일기’ 1편은 해망동 1세대 홍옥자 주민, 2편은 해망동 2세대 장순복 주민, 3편은 박태건 군산 시인, 4편은 서천 출신 권미강 시인이 낭송해 지역성을 고스란히 담은 프로그램이라는 평을 받았다.
▲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에 참석한 황석영 소설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문화법인 목선재 대표이자 영화평론가인 윤중목 시인은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게 된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는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군산이라고 하는 지역적 역사성을 지니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보편적 역사성 또한 간직하고 있는 해망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문학의 숨결로 이 해망동이라는 공간의 역사들, 삶의 역사, 민중의 역사를 되살려낸 군산 태생 강형철 시인의 시이자 시집인 ‘해망동 일기’에 또한 주목하게 됐다”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강형철 시인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을 봤을 때 군산은 정치‧경제적 불평등이 남아있는 정체된 도시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황해도 주민들이 내려와 살았던 해망동 수용소는 우리나라의 근대역사가 담긴 소중한 곳인데 철거돼 안타깝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또한 강 시인은 “30년 전에 작성한 시집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와 낯설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살았던 터전을 잃어버린 분들이 참석, 그분들의 옛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군산 태생 강형철 시인은 민중시인 ‘해망동 일기’와 ‘아메리카 타운’이 동인지 무크에 실려 1985년 등단했으며 그 뒤로 ‘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환생’ 등의 시집과 ‘시인의 길 사람의 길’, ‘발효의 시학’ 등 평론집을 출간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및 사단법인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