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처음으로 개최된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향후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을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에서 동학농민혁명은 자주적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정신의 뿌리로 안으로는 전근대적인 봉건제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당당한 주권국가를 목표로 하는 아래로부터의 최초의 개혁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농민혁명으로 배출된 농민군과 종교지도자들이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항일무장투쟁 등 독립과 자주국가 건립에 큰 힘을 보탰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시원(始原)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보면 바로 동학농민혁명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임에도 그간 실패한 농민반란 또는 종교 반란 정도로 치부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에 송 지사는 “국가기념일 제정으로 3·1운동과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향후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은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송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전북연구원(원장 김선기)은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의 역사적 의의를 살펴보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 주도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세길 박사(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지역별 역사적 사건의 ‘기념’이 기존의 동학농민혁명 사업 방식(1.0)이라면, 국가기념식 개최를 분수령으로 삼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현재에 실천하는 국가 주도의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2.0)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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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 박사는 국가 주도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사업방향과 과제로 모두 여섯 가지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2005년에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한 번도 종합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한 종합계획이 시급하게 수립돼야 하며,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5년 단위의 중기계획 수립과 이와 관련된 법률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기념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역별 기념사업을 연계하면서 계승사업으로 이끌 구심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조사․연구가 확대돼야 하며, 이를 담당할 독립적 조직과 관련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과 전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전수조사하고, 각 유적을 대상으로 시급성, 원형보존성, 역사적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별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300여개의 동학농민혁명 유적 중에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유적은 5개소에 불과하며, 특히 국가기념일 제정 최종 후보지로 꼽힌 4개 추천일(무장기포일, 백산대회일, 황토현전승일, 전주화약일) 중에서 3개 추천일(무장기포일, 백산대회일, 전주화약일)과 관련된 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장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만 그는 “기념․계승사업이 특정 장소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에 집중하면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에 잠잠해진 지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현대적 계승사업은 특정 장소를 지정하지 않아도 되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 시민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길 박사는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주려는 기획된 상(像), 특히 가슴 뜨거운 분노와 자긍심을 기반으로 하는 감성적 계승사업을 위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며, 동학농민혁명의 브랜드 정체성으로서 ‘한국민주주의 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을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