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이래 2000년대까지 군산 시내 골목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먹을 수 있는 오징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군산 개복동에 소재하며 지역극장의 양대 산맥 중 하나였던 ‘우일극장’은 2000년대 후반 문을 닫기 전까지 극장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했고 이제는 건물만 남아있다.
이후 지역 발전으로 수송동, 조촌동 등이 번화하고 시민들이 개복동 일대를 잘 찾지 않으면서 극장이 존재하던 개복동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구)우일극장 자리에 문화예술 창작소인 ‘군산시민예술촌’ 준공으로 개복동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많아져 개복동은 되살아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012년 전북도는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문화․예술 거점을 마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거리를 활성화 시키는 사업으로, 5년 간 군산을 비롯한 전주․익산․남원 등 4개 지역에 90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국비 지원을 받지 않는 도 단위 사업으로는 굵직한 규모였고, 이에 군산시는 도비 5억, 시비 5억 모두 10억을 지원받아 군산시민예술촌을 준공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 선정돼 별도 사업으로 전환했으며, 총 사업비 13억5,000만원(국비 5억4,000만원․도비 2억4,300만원․시비 5억6,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같이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군산시민예술촌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직영으로 임시 운영돼 군산청춘극장 무료 영화상영 및 공연장 연습실 무료 대관 등이 이뤄졌으나, 지난 2015년 8월 군산시민예술촌 민간수탁기관 선정에 따라 진포문화예술원(원장 박양기)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군산시민예술촌(촌장 박양기)은 지상 4층으로 관리실 1개, 130석 공연장 1개, 전시실 1개, 연습실2개, 동아리방 4개로 구성됐다. (구)우일극장의 형태를 많이 없애지 않는 선에서 군산시민예술촌을 준공해 예술촌을 찾는 시민들이 옛 추억을 떠오르도록 했다.
군산시민예술촌은 저렴한 이용료를 통해 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했고, 무료 개방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 제공 및 접근성을 향상했으며,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지역민 대상으로 무료 영화 상영을 통해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문화기획자 주도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전국 버스킹대회․7회, 청소년 힐링콘서트․4회, 개복동 거리예술제․1회, 씨네뮤직콘서트․8회, 상설공연․13회, 아트테리토리전․17회)을 개발․추진했으며, 스릴러 페스티벌 기획․개최를 통해 지역 청년기획가 23명 육성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어 지난 2016년 ‘기억의 서랍을 열다’라는 제목의 군산스토리 애니메이션 제작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1950~2000년대 초반 원도심 스토리북 ‘개복동의 시간’을 발간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지역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유리창 대신 각양각색의 ‘문’을 설치해 소통의 이미지 부여했고, ‘전통문양 창’을 이용해 예술촌 외관을 꾸몄으며, 문화공간 ‘뒤뜰’을 만들어 아름다운 개복동의 경관을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더불어 문화예술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예술인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는 등 군산시민예술촌은 문화예술창작소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군산시민예술촌은 지역문화예술인 간담회인 ‘문화살롱’과 지역문화기획인력 육성 ‘문화도시 아카데미’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인 간담회 ‘문화살롱’은 올해 처음 시작됐으며, 4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시작된 프로그램으로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수다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산시민예술촌은 문화예술인들의 개성을 존중해 장소만 제공할 뿐 날짜와 시간, 간담회 대표 화자 등 다른 부분들은 간담회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이 상의 후 결정한다.
지난 4월에는 DS컴퍼니기획실장, 군산밤 협동조합 사무장 등을 맡고 있는 청년문화기획자 이주, 5월에는 조권능 주식회사 지방 대표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지역예술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문화살롱’에서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서로 도움이 되자는 취지로 정보교류 및 공유하고 본인의 경험을 설명하며 지역문화예술인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해준다. 간담회를 통해 새로 시작하는 청년예술인에게 경험 많은 예술인이 고민 상담을 해줬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역문화기획인력 육성 ‘문화도시 아카데미’ 또한 군산시민예술촌에서 올해 처음 실시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3일까지 문화관련 대학 전공자 및 문화현장 실무자, 지역에서 활동을 희망하는 문화인력 도전자 등 20명 정도를 지원받았는데 두 배 이상의 인원이 몰려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박양기 군산시민예술촌장은 인원을 대폭 늘려 수강생을 더 받기로 했고, 혹시나 예술촌에서 진행하는 ‘문화도시 아카데미’에 대해 몰라 신청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청강생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표문송 애드쿠아언바운드 부사장이 ‘문화기획자를 위한 창의적인 기획’으로 아카데미의 첫 포문을 열었으며, 지난달 28일 ‘지역문화의 힘, 한국문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김선태 모정 대표가 특강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전 청년몰총감독이자 도시기획자인 김병수 씨가 3강 ‘도시적 상황과 삶을 위한 도시기획’이란 주제로 강연했고, 오는 25일 이근영 문화도시연구소 오늘 대표가 4강 ‘문화도시,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주에 한 번씩 실시되는 ‘문화도시 아카데미’는 군산에 문화기획자가 거의 없어 이런 특강을 통해 지역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지역에는 문화기획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인지,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있어야 한다는 박양기 촌장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박양기 군산시민예술촌장은 “군산시민예술촌은 지역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장소이며, 침체된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시민예술촌에서는 우리 주위에 숨겨진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시민들 또한 지역문화예술인들과 군산시민예술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