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에 새로운 반향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
군산의 자랑스러운 문학작품인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濁流)’가 전자책(e-book)으로 출간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출간은 지역에 소재한 문화콘텐츠연구소-NEW(대표 조정현․이하 문화콘텐츠연구소)가 ‘2019 군산 예술·콘텐츠스테이션 성장레벨업 프로젝트’에 선정돼 이뤄졌으며, 특히 배우 하정우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협업에서 배우 하정우는 인간의 내면과 심리에 대한 탐구를 추상적 인물화로 표현하고 있는 화가로서 소설 ‘탁류’의 삽화를 그렸다. 그는 ‘탁류’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주목했다.
화가 하정우의 그림들은 악한 사회 현실 속에서 겪는 인간들의 혼탁한 내면심리를 섬세하면서도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설 속의 일반적인 삽화들이 장면의 내러티브(인과관계로 엮인 이야기)를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하정우의 그림은 추상적 인물을 소재로 그려온 그의 회화스타일로 ‘탁류’를 재해석했다는 점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또 전자책 탁류는 화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그림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로도 평가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는 지난 4월 ‘탁류’의 19개 소제목과 하정우의 그림 19점을 맞춰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탁류는 인터넷서점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서 판매 중이며, 프로젝트의 수익금은 군산지역 문화예술 발전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화가 하정우는 전자책 소개글에서 “채만식 선생님의 ‘탁류’를 느끼고 그림 작업에 임하면서 한 사람의 얼굴, 그 이면에 여러 가지 감정들과 겪어낸 히스토리를 무표정과 무심하게 다문 입술을 통해 견고하게 버텨나가는 한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조정현 대표는 “채만식의 ‘탁류’를 책이나 교과서로만 접했던 독자들에게 한류 대중문화예술인이자 화가로서도 저명한 하정우와 협업한 전자책 ‘탁류’를 통해 군산지역의 문화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는 지난 1937년 10월 12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어둡고 혼탁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탁류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금강 연안 하층민들이며, 주인공 초봉이의 가족은 당대 몰락한 계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의 군산과 서울을 배경으로, 정 주사네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혼탁한 사회 현실을 그려낸 소설이다.
초봉이와 같은 순수한 인물이 살인과 고립으로 나아가는 것은 비극적 운명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공포와 연민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절망감을 딛고 일어서서 당대 사회의 속악성과 대결할 것을 기약하는 계봉, 남승재 등의 새로운 인간상도 보여준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