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문화가 흐르는 예술의 거리 개복동에서는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예술제가 펼쳐져 코로나 블루로 지친 시민들의 얼굴에서 밝은 미소를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었다.
▲시민참여형 ‘개복 거리예술제’
군산시민예술촌(촌장 박양기)은 지난 24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개복동 예술의 거리 일원에서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문화의 중심이었던 예술의 거리를 재발견하는 문화축제 ‘개복 거리예술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시민참여형 ‘개복 거리예술제’는 시민예술촌과 예술의 거리를 기억하는 예술인 문흥식, 유재일, 윤혜련, 이정환, 이준호, 조역연, 문태현 등 ‘군산문화피플’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축제로써,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전 100명만 사전접수를 받았으며, 발열체크와 손 소독과 같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채 행사가 치러졌다.
▲개복동, 거리예술제를 거닐다
택견과 농악이 어우러진 노상놀이를 시작으로, 개복 거리예술제의 그 막이 올랐다. 풍물놀이패의 신명나는 소리가 잦아들 때쯤, 군산시택견회, 극단 둥당애, 군산전통문화연구원이 함께 꾸미는 ‘옥구청년 장태성’이 거리예술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972년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옥구농민항쟁을 민족무예 택견과 결합해 새롭게 구성한 ‘옥구청년 장태성’은 당시 서수농민조합장 장태성이 술산 주재소에 잡혀가자 김재풍 등 조합원들이 주재소를 부수고 구출하는 실제 이야기를 택견으로 단련된 조합원들이 통쾌하게 구출하고 만세를 부르는 내용으로 재구성됐다.
군산전통문화연구원에서는 전통음악, 대중가요와 국악기를 접목시킨 국악버스킹을 마련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켰으며, 이후 시낭송 운동을 확산하고자 노력하는 군산재능시낭송회 회원들(이재호․전병조․윤혜련)은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정군수 ‘깨꽃냄새’,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등 가을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시들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다음으로는 문태현 마술사가 길거리에서 만나는 신비로운 마술공연 ‘스트리트 매직쇼’를 펼쳤고, 아이들은 마술사의 손짓에 하나라도 놓칠 새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화려한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이어 ‘다음세대학교’(군산 다문화대안학교) 학생들은 브라질 삼바에서 기원된 ‘바투카타’(여러 종류의 북을 다수가 모여 함께 연주하는 브라질 음악문화)를 보여주며 거리를 행진했으며, 사위나래 무용단은 음악 ‘고향의 봄’에 맞춰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춤 실력을 뽐냈다.
▲황금열쇠의 주인공은
이날 예술제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청년극단 브릿지의 길거리 퍼포먼스와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중 단연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바로 어릴 적 소풍가서 하던 추억의 ‘보물찾기’였다.
군산시민예술촌운영위원회와 힐링과메기, 카페 개복동SEE, 운정식당, 빼다지, 왕두일푸드 등 개복동에 위치한 업체들과 개복동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는 지역 업체들의 협찬을 통해 황금열쇠와 상품권을 비롯한 다양한 선물들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내내 보물을 찾기 위해 땅바닥만 보거나 나무를 흔들어보는 걸 넘어 심지어 우편함과 휴지통을 열어보는 사람들까지 숨겨진 보물의 찾기 위한 모양새는 다양했다. 보물을 찾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좌절에 빠져 혹시 찾지 않은 곳이 있나 다시 한 번 왔던 길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물을 받은 사람도, 받지 않은 사람도 코로나19로 느꼈던 우울감은 잊어버리고 동심으로 돌아가 잠시나마 어린 아이처럼 신나게 웃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제를 성황리에 마친 뒤 박양기 군산시민예술촌장은 “개복 거리예술제가 아무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마무리 돼 다행이다. 이번 예술제를 통해 지친 시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면서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더 많은 시민이 예술제에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