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연극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연극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극단 둥당애(대표 김광용)가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이용해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마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3일, 둥당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술기운을 빌어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허심탄회하게 가슴 속 깊이 넣어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는 둥당애가 펼친 1․2인극 ‘방구석공연’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 작품에서 중년 남성의 오브제(생활에 쓰이는 갖가지 물건들을 작품에 그대로 이용한 것)는 막걸리병, 소주병, 소주잔, 낙엽, 피리 등이었다. 이날 둥당애는 첫 작품 ‘술기운’을 통해 감염병 대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중년들의 공감을 샀다.
둥당애의 ‘방구석공연’은 비대면 시대에 공동창작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오프라인 연습, 온라인 실험을 통한 예술 활동과 더불어 1인이 자신의 집에서 공연하는 릴레이공연을 기획해 이를 하나의 공연으로 제작하고 숏필름으로 만들어 송출하는 온라인 미디어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 내적인 목표는 ‘자기 삶으로 부터의 출발’이다. 본인의 집에 있는 사물을 ‘오브제’로 활용하고, 그 오브제가 말 걸어오는 것을 토대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와 만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술기운’(1월 23일/김광용)을 시작으로 ‘어린왕자’(1월 30일/임정은․문선아), ‘대왕후보 토론전’(2월 6일/강나루), ‘거울이야기’(2월 13일/김성진)까지 4작품이 매주 토요일 연달아 상연되고 있으며, 둥당애 유튜브 채널에서 각 공연 날 20시부터 24시간 송출된다.
두 번째 작품 ‘어린왕자’는 20대 배우 2명이 동화 어린왕자를 오브제 극으로 재창조했으며, ‘대왕후보 토론전’은 도마, 칼, 프라이팬, 뒤집개 등 부엌의 도구들이 오브제로, 한밤중 부엌에서는 부엌의 왕을 뽑는 대왕 후보 토론전이 펼쳐진다.
마지막 작품 ‘거울이야기’는 화장대 위의 거울이 오브제로, 어느 날 문득 거울은 자신에게 비춰지는 화장대 위의 친구들인 브러시와 립스틱, 면봉들을 보며 각자 자기들만의 얼굴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만, 거울은 자신만의 얼굴이 없음을 깨닫고 슬퍼하게 되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김광용 대표는 “‘방구석공연’은 영상, 인형, 오브제, 배우가 함께하는 ‘보이고 들리는 공연’이자 기존의 연극적 관습을 파괴한 색다른 송출 실험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한 현대인에게 명작을 공연화한 연극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돼 자기 자신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