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모습 담긴 ‘뒷모습’ 주제로 작품 활동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멋질까? 디자인을 전공하고 사회생활과 결혼, 육아에 전념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군산대학교 미술학과로 편입 후 졸업, 9년여라는 시간동안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박정아 작가는 마냥 행복해보였다.
박 작가는 군산대 재학시절, 학기가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였다고 회고했다. 오래 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순수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주 출생인 그는 남편직장으로 인해 군산으로 내려왔고, 덕분에 군산에서 활동하며 작가로서 기반을 잡았다.
박 작가는 지난 2013년 ‘신진작가 초대전’을 시작으로 ‘뒷이야기’, ‘보다’, ‘ART TERRI TORY-몸짓’과 ‘군산 청년미술제’, ‘46회 진포예술제 동아리연합단체전’, ‘군산청년작가 초대전’, ‘군산 아티스트 <탁류>를 표현하다 전’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군산에서 작가로서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또한 그는 올해 2월 말 예깊미술관에서 ‘혼자서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나비의 꿈>과 <추억>, <끝나지 않은 전투>, <숨은 이야기> 등 이야기가 있는 작품 17점을 전시해 코로나19 여파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시민들이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전시객들과 편하게 ‘소통’하길 원했다. 박 작가만큼은 자신의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에 대해 물어봐주길 기대한다고 말이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다 방황할 때도 간혹 있지만, 작품에 대해 전시객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봐주면 힘이 나면서 그림을 다시 그릴 ‘동기부여’와 ‘용기’가 생긴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뒷모습’이였다. 박 작가는 ‘뒷모습’을 그린 작품이 현저히 많다.
박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어릴 적 외모로 인해 차별과 편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편견과 시선은 성인이 돼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사회생활 속 현실에서의 외모가 가져다주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과연 앞모습의 화려함에 비해 뒷모습 또한 화려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편견과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한쪽만 바라보고 무엇인가 판단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가장 많은 실수를 범하는 것이 정면일 것이며, 정면과 또 다를 수 있는 뒷모습을 보기 바라는 마음에서 ‘뒷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헤어롤’에 대한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다. 이날 이 권한대행은 태연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미처 풀지 못하고 온 두 개의 분홍색 헤어롤이 그의 뒷머리에서 포착되며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앞모습은 변형이 가능하나, 뒷모습은 숨길 수 없는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의 뒷모습에서는 앞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각이 배제되며, 진정성이 느껴지고 꾸미지 않아도 오롯이 그 자체를 볼 수 있다.
박정아 작가는 “작품 활동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작업’이며, 이의 일환으로 뒷모습 그리기에 더욱 열중하는 것 같다”면서 “시민들이 전시작품을 보며 공감하고,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 할 수 있도록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군산시가 관광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사실 관광의 첫 발은 예술”이라며 “예술사업, 특히 미술 관련 사업을 일회성으로 두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그리고 미술단체나 개인작가가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