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가 교차하는 말랭이마을, 예술가․주민 주도로 골목축제 열려
그림책 읽기와 한복 입기 등 입주 작가와 함께하는 예술체험 ‘풍성’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으며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얼기설기 부대끼며 마을을 이뤘던 ‘신흥동 말랭이마을’. 이제는 주민과 예술가들이 오순도순 함께 사는 마을로 새로 태어나며 ‘문화공유도시 군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조용하던 말랭이마을은 시끌벅적해진다. 말랭이마을 입주 작가와 주민들이 함께하는 골목잔치가 펼쳐지기 때문. 마을은 그림책 읽기와 한복 입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29일, 따사로운 가을 햇빛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말랭이마을에서는 마술을 하는 문태현 작가와 박승룡 작가를 비롯해 글을 쓰며 동네책방 <봄날의 산책>을 운영하는 박모니카 작가 등 말랭이마을 입주 작가들과 주민들은 잔치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1m마술 팀은 마술체험과 3D펜 아트를, 봄날의 산책 팀은 그림책 읽기와 지역작가 시인집 출간회를, 또 새벽 팀은 나만의 부채 만들기와 영수증의 기록 등 여러 체험을 준비해 많은 이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서 아올 팀의 장배자(한복) 입기와 댕기 키링 만들기, 시스틸러 팀의 아트마켓과 필름전시, 아름도예공방 팀의 도예품 전시를 통해 방문객들은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었다.
특히 이 행사는 말랭이마을 입주 작가와 초대작가 작품들을 전시․판매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창작활동 유지시켜주는 자리였으며, 막걸리 빚기 체험과 시음회를 통해 지난 1960~1970년대 지역경제를 견인하던 근대향토 양조산업인 ‘백화양조’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도 말랭이마을 신흥양조장 앞 어귀마당에서는 말랭이마을 주민협의체가 준비한 먹거리 장터와 골목마켓이 운영돼 방문객들로 크게 붐볐으며, 이를 통해 말랭이마을 골목잔치가 주민 주도형 마을축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바람이 살랑대는 요즘, 스탬프 골목길 투어로 말랭이마을의 숨은 공간들을 구석구석 탐방하며 그림엽서에 도장만 찍어도 기념품이 제공돼 한층 더 즐거운 행사장 분위기를 선사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말랭이마을은 50여 세대 거주민이 7팀의 예술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전시관을 지나 비탈진 골목길을 따라 월명산에 오르면 금강하구가 서해와 만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해질녘 노을과 야간경관 명소이기도 하다”면서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이곳을 방문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문화적 치유를 누리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한편 예술을 품은 산동네 ‘신흥동 말랭이마을’은 새로운 군산의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 2014년 전북도 1시군 1대표 관광지 육성사업에 선정돼 신흥동 34-5번지 일원(1만㎡)에 예술인 레지던스 9동과 전시관 8동, 서비스공간 8동이 조성돼 주민과 예술가들이 오순도순 함께 사는 마을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주관하는 문화적 도시재생 공모사업에도 선정돼 근대마을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신흥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민이 서로 알아가고 이해·협력하는 주민 공동체 기능을 활성화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