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농민항쟁의 산실인 ‘장태성 농민야학 안채’ 중 한 칸이 붕괴되는 등 멸실 위기에 놓여 있다.(군산대 역사학과 제공)
옥구농민항일항쟁의 산실인 ‘장태성 농민야학 안채’가 현재 멸실 위기에 놓여 있어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군산대학교 역사학과 구희진 교수와 학생들은 “농민야학 4칸 건물 중 첫째 칸이 붕괴되고 나머지 칸도 위태로워 보존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군산대 역사학과는 군산역사문화연구소와 함께 옥구농민항일항쟁 100주년을 준비하며 항쟁 관련 유적지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농민항쟁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장태성의 농민야학터와 그 안채 건물을 발견했다.
특히 안채 건물과 관련 한말 일제가 전북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재산강탈을 생생히 증언하는 중요한 공문서도 찾아냈다.
일본인 농장주가 수차례나 이 집에 쳐들어와서 협박하며 생명을 위협했으나 주인이었던 선비 이용휴가 당당히 맞서며 고소한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용휴의 후손들은 이 집의 서당채를 농민조합 대표인 장태성이 농민야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군산대 역사학과에서는 농민야학에서 공부했던 제자의 증언(1993년 나종우 교수 인터뷰)도 입수해 장태성이 실시한 인간 존중과 민족교육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렸다.
하지만 농민야학 안채는 발견 당시 노후화가 심각했기에 신속한 보존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군산대 역사학과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역사 콘텐츠들을 제작해 농민야학 안채를 비롯한 주요 유적지들의 보존이 시급함을 알려왔다.
지난해엔 옥구농민항일항쟁 관련 귀중 사진들을 정리한 4차례의 사진전시회를 개최하고 ‘옥구서수농민항일항쟁 역사지도’, ‘안내 리플렛’, ‘희귀 사진집’ 등을 발간했다. 올해는 미션을 수행하며 주요 유적지들을 탐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구 교수와 학생들은 “옥구농민항일항쟁으로 34명의 국가유공자가 나왔지만 군산에는 전문 박물관이나 기념관, 지정 문화재가 없다”면서 옥구농민항일항쟁의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장태성 농민야학터와 안채를 농민항쟁 기념관과 체험학습관으로 정비할 것을 군산시에 제안했다.
이어 “농민야학 안채 주변에는 항쟁에 참여한 주요 인물들의 가옥이 존재하고 농민야학이 위치하는 용전마을은 우리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을 가지고 있다”며 “군산시가 농민야학 안채를 기념관으로 만든다면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통한 교육활동, 체험활동으로 군산시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문화관광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27년 11월 25일 발생했던 옥구농민항일항쟁은 오는 2027년 100주년을 맞는다. 인권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500여 명의 농민들이 일어서서 일제 경찰의 불법과 일인 농장의 무도함에 저항했던 이 항쟁은 1920년대를 대표하는 농민항쟁이자 3.5만세 운동과 더불어 군산 시민정신의 뿌리가 되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