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역 축구인들이 화났다. 군산체육의 효시나 다름없는 군산의 축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천연잔디구장 하나 없는 지역의 축구구장 실태에 대해 축구인들이 곳곳에 모여 진지하면서도 강력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군산지역 축구인들은 무엇보다 앞으로 천연잔디구장을 갗추지 않을 경우 전국규모 대회를 유치할 수 없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조치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은 지역의 현실을 떠올리며 긴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꽂힌 과녁은 군산시의 체육행정. 지역 축구인들이 누누이 축구구장 마련의 시급성을 외쳐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천연잔디 축구구장을 마련하지 않은 군산시에 대한 원성이 적지 않다. 축구인들은 최근 도내 익산시와 전주시를 비롯해 군단위 지역까지 축구구장을 앞다퉈 마련한데다 심지어 금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서천군도 금강하구둑 놀이동산 앞 강변공원에 축구전용 잔디구장을 마련하자 심한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산시축구협회는 물론 국민생활체육 군산시축구연합회와 수시탑연합등 축구동호인들이 축구구장 건립을 위해 한마음으로 뭉쳐 강력하게 항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축구인은 “당장 내년 금석배 축구대회를 군산에 유치해 놓은 상태여서 잔디구장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준비된 것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며 “이미 유치한 대회야 어떻게든 치르겠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대회만 유치할 경우 지역경쟁력 확충을 위해 벌이는 전국규모 대회 유치가 오히려 허술한 여건만 드러낸 채 지역을 망신시키는 결과로 귀착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침체된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부추겨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국내 각 지역들의 노력이 스포츠마케팅과 접목되며 각종 스포츠시설의 현대화를 앞다투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군산시는 축구인들의 줄기찬 의견제시가 있었지만 예산난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결국 발등의 불이 되고 말았다며 축구인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군산출신 한국 축구영웅 고 채금석 선생의 축구사랑 정신을 기리는 금석배 전국 초·중·고 축구대회가 창설된 이래 내년 5월경 군산에서 열네번째 대회를 갖는다. 그러나 금석배 축구대회는 그간 군산에 정착하지 못하고 도내 각 지역을 배회하며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채 대회를 위한 대회로 전락하고 있다. 그 이유가 천연잔디구장 하나 없는 군산지역의 현실과 직결돼 있어 더 늦기 전에 군산시의 발빠른 대책마련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