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프랑스가 주최하고 군산CC(대표이사 강배권)가 후원하는 ‘삼성카드배 1일 73홀 기네스도전대회’가 지난 16일 군산CC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440명이 단체로 단 하룻만에 장장 73홀 라운드에 도전하는 대회로 4인 1개조로 모두 110팀이 참가, 군산CC의 81홀 전체 홀을 활용해 각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스트로크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기이다. 이 대회는 단순 건강미를 넘어 ‘철인 골퍼의 자긍심’을 내건 대회의 특성 때문에 전국의 열혈 골퍼들이 대거 나섰고 나와 다른 3명의 도전자들 역시 그런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이제 2년째의 일천한 골프경력과 그보다 세자리 수대를 오르 내리는 실력을 가지고 건강만을 믿고 무모하게 큰 대회에 참가했다. 물론 다른 참가자중 오승환 원광대 교수와 문상식 군산예치과 대표원장은 싱글이거나 싱글에 도전할 수 있는 ‘고수급’이었고 박팔령 후배는 보기플레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을 지녔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와 후배의 몸 상태는 좋은 편이었지만 문원장님은 최근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70~80% 수준에 불과했고 오 교수님은 전날 테니스대회를 마치고 와 심신이 매우 피로한 상태였다. 사실상 대회를 주관한 군산CC측이 ‘새벽부터 황혼까지 골프를 치는’세계적인 이벤트를 만들어놓고 과연 무리없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면, 많은 참가자들은 더운 여름 날씨에 체력을 유지하면서 잘 마칠 수 있을 것인가가 과제였다. 하지만 2명의 기권자를 제외하고 당초 계획(16시간)보다 2시간이나 빨리 경기를 마칠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대회로 끝났다. # 새벽별보기 나로서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공식 골프대회라 어린 시절 학교 소풍이나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1주일을 거의 술을 마시지 않은 채 몸만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은 약속이 있어 전주까지 다녀와 밤 11시께 잠을 청했으나 대회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어린 아이처럼 새벽1시 전후에 몇 번이나 잠을 깨는 바람에 숙박한 곳의 모닝콜보다 일찍 일어나 이날 잠잔 시간은 겨우 3시간에 불과했다. 새벽2시10분에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숙소를 떠나 동반한 후배와 군산CC로 향했고 그 곳의 아침 식사를 먹은 뒤 다른 동반자분들을 만나 새벽 4시20분께 카트를 타고 우리 팀의 경기 지정 홀인 회원제 레이크 코스 16번홀(파 5)로 향했다. 그곳에서 동이 트기까지 클럽 몇 개를 수차례 휘두르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조용히 우리조의 순서를 기다렸다. 새벽 4시40분. 동이 트자 시작을 알리는 불길(화약)이 치솟았고 문원장님에 이어 두 번째로 나서 다른 생각을 접고 오로지 공만을 집중하며 어드레스 후 나의 드라이버가 허공을 갈랐고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어둑어둑한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갔다. # 1~24번째 홀: 긴장과 초조 카트를 타고 가보니 공이 페어웨이의 비교적 좋은 지점에 안착해 있었다. 가끔 지인들과 이곳에서 게임을 해본 터라 지형지물을 생각하고 아이언으로 2구를 쳐 도강채비를 갖췄으나 3구가 해저드로 들어가는 바람에 점수는 트리플을 한 것이었다. 긴장 속에서 경기를 한 것이 화근이었나. 동반자분들이 비교적 고수인데다 잘 아는 분들이어서 점수를 내기보다는 매너를 지키며 완주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속은 편안했다. 오전 9시까지 선선한 날씨와 바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비교적 컨디션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 흐름도 좋았다. ‘홀인원’을 할 경우 독일제인 아우디(차)가 경품으로 걸린 익산코스 4번째 홀(파3)을 맞았다. 16번째에 맞이한 이 홀에서 그린에 안착도 제대로 못시키고 겨우 보기만 했다. 다른 동반자들에게도 역시 행운의 여신은 외면했다. 정읍코스에 있으니 그 때를 기약할 수 밖에….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물론 동반자도 이같은 행운은 없었고 아우디는 이날 참가자 누구에도 운전석에 앉은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4시간을 훌쩍 넘어 24번째 홀(김제코스 3홀). 그늘 집에 들러 이날만은 무료인 김밥과 바나나 등을 입에 넣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 25~57번째 홀: 기진맥진 속에 추억만들기 그동안 군산은 바람 때문에 다른 골퍼들이 경기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 이때만큼은 체력 유지와 더위를 이겨내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힘을 빼는데 만 3년이 걸린다”는 골프 속설이 30번째 홀을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체득돼 ‘파’를 함은 물론 ‘버디’기회도 수차례 주어졌다. 그동안 힘에 의존한 플레이를 이렇게 해야 고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후 2시. 역시 군산은 바람의 고장이었다. 52번째를 맞은 남원코스 5번째 홀(파 4)은 정면에서 불어온 바람에 공이 밀려 원하는 장소에 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드라이버를 힘차게 날려 모처럼 버디 기회를 맞았다. 퍼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파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참가기를 쓰기 위해 후배기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몇 시간동안 연락이 오지 않아(연락처를 전부 보스톤 백에 넣어놓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었다) 연락방법을 고심한 끝에 회사 사무실에 무작정 전화를 했다. 다행히 전무님이 받아 후배와 연락, 오후 2시30분께 55번째 홀(남원코스 8번째 홀)에서 도킹에 성공했다. 이날 사진 촬영에 나선 후배에게 미안했다. 더운 날씨인데다 나는 운동을 하지만 쉬는 날 취재를 맡겼으니…. 하지만 어찌하랴. 기네스 등재를 위한 동반자들의 멋진 티샷 폼과 함께 참가기를 쓰기 위한 사진을 찍었으니 역사의 기록자가 된 것이었다. 뿌듯 했다. # 58~73번째 홀: 고지를 향해 역시 쉽지 않았다. 오후 5시가 돼서 남녀 2명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해서 생각해낸 것이 피로 및 더위사냥법을 누군가 제안했다. 경기도 빠르게 할 수 있으니 15개 홀을 남겨놓고 타당 얼마씩 내기를 하자고. 일행들은 기꺼이 응했고 경기 내용도 알차졌다. 10홀 돌면서 나는 더위 사냥법을 포기했다. 마지막 홀(회원제 레이크 코스 15번째 홀)에서 문원장님의 공이 홀컵으로 빨려들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옆에서 취재하던 이 대회 주관사인 mbc ESPN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린 "73홀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과 개별 인터뷰까지 끝내며 동반자는 73홀 등정을 자축하는 악수를 끝으로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6시30분. 예정보다 2시간이나 빠르게 공인과정 중에 있지만 기네스 반열(3개월간 영국 기네스사가 각종 자료를 검토, 인증작업을 벌인다는 게 주최의 설명)에 올랐다. 결과는 오 교수님과 문원장님은 상위권에, 후배는 중위그룹에 각각 이름을 올렸고 나는 하위그룹에 있었지만 대만족이다. “골프에서의 테크닉은 겨우 2할에 불과하다. 나머지 8할은 철학, 유머, 비극, 로맨스, 멜로드라마, 우정, 동지애, 고집, 그리고 회화이다”는 그랜트랜드 라이스의 말처럼 이날 대회는 작은 인생 다름 아니었다. 골프대회 행사를 마치고 음식점에서 가벼운 ‘맥소폭탄주’ 10여 잔을 단숨에 마시고 집에 돌아와 이내 골아 떨어졌다. 꿈속에서 통쾌한 버디하는 장면의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