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화이팅하고 조금만 집중하자.”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 월명중학교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선수들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순간 10여명의 앳된 소녀들이 자신의 주먹보다 2배나 큰 공을 서로 주고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때론 공을 놓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날리지 못하는 작은 실수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진지함이 가득 묻어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비인기 종목 소프트볼. 도내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있다. 이런 서러움 속에서도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이 바로 월명중학교 소프트볼팀 선수들이다. 지난 4월 소프트볼팀 창단을 준비하면서 비인기와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지금은 각종대회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두며 성공신화를 서서히 쓰고 있다. ‘전국소년체전 3위, 평화통일대회 3위’ 창단역사가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의 엄청난 노력의 땀방울이 만든 결실들이다. “몸을 좀 더 숙이고, 공은 강하게 던져야지.” 박노식 월명중 소프트볼 코치(전 LG 투수)의 매서운 다그침이 귀를 때리지만 이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더욱 자신감 있는 몸놀림을 보여준다. 다른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을 때 ‘나이스’라고 해주는 동료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는다. 추운 날씨가 내뿜는 한기 때문에 입에서 김이 나올 정도지만 쉴 틈 없이 뛰는 선수들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이들의 모습에서 추운 날씨는 단지 뜨거운 가슴을 식혀줄 선선한 바람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다. 모래가 섞인 흙조차 깔리지 않은 울퉁불퉁한 운동장에서 직접 돌을 골라가며 훈련해야 하는 열악한 여건도 문제지만 더욱 큰 걸림돌은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상급학교 진학 문제. 그도 그럴 것이 도내에서는 원광대가 소포트볼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연계하는 고등학교 팀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졸업생 3명은 2학기부터 전남 순천에 위치한 강남여고로 진학했다. “재미 삼아 시작했던 소프트볼이 이젠 너무 좋아졌어요.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데 군산은 물론 도내에서도 진학할 학교가 없어 고민이네요.” 주장 배한나(16) 선수는 이렇게 말한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인 강민경(16)선수는 “소프트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선배들처럼 타 지역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것 뿐”이라며 “이런 점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 선수는 “군산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 소년체전 등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고향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노식 코치는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에 임해줘서 고맙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들의 근본적인 진학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군산에서 이들의 꿈이 펼쳐질 수 있는 그날이 하루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