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종목에 여자복싱이 추가되면서 한국 아마 여자 복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챔피언’의 꿈을 키워가는 20대 여성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호원대에 재학 중인 오연지(21․제일복싱)씨. 지난 12일 제일복싱 체육관(관장 전진철)에서 만난 오씨는 ‘복서’라는 이미지보다는 여느 평범한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앳되고 수줍은 많은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난 6월에 열린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전국복싱대회에서 57kg급에 출전, 우승을 했다고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 붕대로 꽁꽁 감은 두 주먹은 가냘퍼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강함이 묻어나 있었다. 더욱이 수년간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의 흔적이 그녀의 글러브에 잘 묻어났다. “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철저한 자기 절제가 필요해요. 특히 사각 링에 오르는 순간 그 동안 받은 훈련을 생각하며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씨는 현재 아시아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씨는 몸무게를 기존 57kg에서 60kg으로 상향조절했으며, 하루 세 차례씩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다. 목표가 있으니 훈련을 해도 지치는 줄 모르겠다고 말하는 오씨는 “다른 선배 선수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 만큼 더 열심히 해 반드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오씨가 복싱 글러브를 처음 낀 건 중학교 2학년 때. 평소 운동을 무척 좋아하다보니 삼촌이 있는 복싱 체육관으로 자연스럽게 발을 디딛게 됐다는 것.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복싱에 매료되면서 오씨는 단순한 취미활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부모의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오씨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은 오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오씨는 아웃복싱(Out Boxing)이 주특기다. 상대편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한 타격을 노리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167cm의 다부진 체구에 스피드도 일품이라고 그의 스승인 전진철 관장은 말한다. 스파링 파트너는 언제나 후배 남자들이다. 그녀는 자신과 10kg 이상 몸무게가 차이나는 남자 선수들과 맞붙어도 주눅들지 않는다.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시종일관 빠른 주먹을 던지기 때문. 전 관장은 “운동 신경이 뛰어난 오연지는 타고난 복서”라며 “미흡한 점을 좀 더 보완한다면 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재목”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무서운 투혼을 발휘하는 링 위에서와는 달리 링 밖에서는 밝고 명랑하다. 쇼핑도 즐기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또래 여성의 모습이지만 꿈을 향해 잠시 모든 것을 뒤로 미뤘단다. 오씨는 “여성 복싱이 올림픽에서 채택된 만큼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꼭 금메달을 따는 게 소원”이라며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꼭 이겨내 반드시 꿈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