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말은 군산상고가 만들어 낸 신화다. 과거 역전의 명수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고교야구의 대명사로 자리해김했던 군산상고는 지난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쇠락해 지역 야구인과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군산상고는 1999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11년째 전국대회에서 단 한 번의 우승은 커녕 감독만 6번째 바뀌는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군산상고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 고교 4대 메이저 대회인 봉황대기 결승전에 올라 우승 못지 않은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낳은 것. 역시 군산상고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지만 이번 대회에서 군산상고의 돌풍은 지난 2008년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동석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동석 군산상고 감독을 만나 향후 일정과 각오 등에 대해 들어왔다.<편집자주> ◇준우승을 일군 봉황대기를 평가한다면? 먼저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며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우승을 기원하며 열렬히 응원해주신 군산시민들과 동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과 함께 죄송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수들이 한번 해보자는 의식이 강해 예선전부터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결승전에서 경기 흐름을 살리지 못한 제가 2%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도 많은 교훈을 얻은 동시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돌아보며 정상을 향해 다시 노크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을 깨고 결승전에 오른 원동력은? 부임 이후 준우승, 4강 등 나름 성적을 거뒀지만 군산상고 야구의 명성에 비해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들이었습니다. 2년 6개월동안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호흡이 점점 맞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기동력 야구 등 여러 가지 전략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선수들의 투혼이 빛났습니다. 번트 하나로 투 베이스까지 전력질주 하는 한발 더 뛰는 야구를 선보였고 이는 결국 정상의 문턱까지 오르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강병택 교장선생님과 교직원, 그리고 동문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오늘날 군산상고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임 당시 군산상고가 상당히 침체의 길에 있었는데? 말 그대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다고 보면 됩니다. 감독님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학부모님들의 신뢰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요. 이 때문에 당시 선수 수급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역전의 명수’ 신화를 이어갈 야구 인재들이 운동 여건 등 각종 조건이 좋은 타 지역 상급학교로 진학하다보니 당시 군산상고 야구를 이끌 어린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당시 2, 3학년인 선수가 각각 3명씩 6명밖에 없어 팀을 구성하기조차 불가능해 가장 기본적인 선수 수급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이에 그동안 쌓아 온 야구계 인맥을 총 동원해 광주, 화순, 인천, 부천 등 전국을 돌며 재능과 열정이 있음에도 팀에서 서러움을 받고 있던 선수 14명을 찾아내 팀을 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군산상고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오랜시간 호흡을 맞춰보니 야구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선수층이 얇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선발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제외되면 이를 뒷받침하는 선수가 필요하데 선수간의 실력 차가 있다보니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군산상고가 앞으로 풀어가야 과제는? 여전히 선수수급에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학교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과 조건에서 야구를 할려고 하다보니 실제로 군산에 있는 중학교 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군산중과 남중 등 유능한 선수들이 군산상고를 진학해 선수수급 부담만 없어져진다면 군산상고는 분명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이와함께 비만 오면 3~4일씩 연습하지 못하는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의 각오와 하고 싶은 말은? 올해 마지막으로 전국체전이 남았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비록 체전규정으로 인해 일부 선수가 경기가 나설 수 없어 전력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우승을 향해 멋지게 도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독직을 수행하는 동안 반드시 군산상고가 옛 명성을 되찾을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영광이 다시 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군산시민 모두가 군산상고 야구에 대해 다시 사랑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