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도 찾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 군산지역 7개 클럽서 100여명 어머니들 구슬땀 넓은 체육관 바닥을 온몸으로 쓸고 다니며 뒹굴고 넘어져 멍이 들고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어도 입가에는 웃음꽃이 가시지 않는다. 6월 중순라고는 하지만 체육관 안의 온도는 30도에 육박하고 있었고, 몸 풀기부터 게임까지 이어지는 운동은 거의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됐다. 여성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휴식시간이 되면 여성 특유의 고음 섞인 웃음소리가 체육관 안을 가득 메웠다. 온몸엔 땀이 흥건하지만 힘든 내색을 하는 이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달부터 용문초 어머니 배구회(회장 고숙경)에서 운동을 시작한 전유란(28․주부) 씨는 “하얀 배구공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제 배구를 시작한지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배구공을 좇을 때마다 묘한 흥분과 함께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유란 씨는 내년에는 주전선수로 주말리그에 나가 강한 스파이크를 선보이는 게 꿈이다. 유란 씨는 20대 주부지만 결혼을 일찍 해서 벌써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 즐겁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스스로 존재감 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유란 씨 주위에는 이런 이유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유란 씨가 찾은 휴식처이자 돌파구가 바로 배구다. 난생 처음 해본 운동이라 서툴러 손과 발, 몸이 따로 놀아 아직은 공을 좇는데 급급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하는 목요일과 금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유란 씨는 “이제 막 배구를 시작해서 토스와 리시브 등 가장 기초적인 동작부터 배우고 있어 팔과 다리 등에 피멍이 가실 날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웃 주민들이 팔에 난 멍을 보고 매 맞는 아내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배구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금 팔과 다리에 난 멍들은 주전이 되면 사라질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 유란 씨. 더욱이 유란 씨와 함께 최근 용문초 어머니 배구회에서 운동을 시작한 새내기가 세 명 더 있어 ‘주전을 꿰차고 말겠다’는 묘한 경쟁심도 발동, 새내기들의 운동시간은 열기로 가득 차 있다는 게 동료들의 말이다. 유란 씨가 운동을 하고 있는 용문초 어머니 배구회는 지난 2009년 창단돼 13명의 주부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주부의 역할, 사회에서는 구성원으로의 역할에 몰두하다보면 삶의 쉼터가 될 수 있는 돌파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숙경 용문초 어머니 배구회장은 “배구를 통해 주부들이 활력을 찾고, 그 활력으로 가정과 사화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거칠고 어려운 운동으로 비춰지지만 회원들과의 단결을 통해 승리를 맛볼 수 있어 건강은 물론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구기종목도 그렇지만 특히 배구의 경우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고, 반드시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아야하는 특성상 어머니들 간의 우애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스파이크를 해서 득점을 얻으려면 리시브와 토스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과정은 서로의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배구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게 고 회장의 지론이다. 현재 용문초 어머니 배구회를 비롯해 군산지역에는 파란․진포․산북․나운․신흥․신풍 등 모두 7개 클럽에서 약 100명의 어머니들이 운동을 하고 있으며, 매월 두 차례 주말리그를 통해 실력을 겨루는 동시에 화합을 다지고 있다. 이들 어머니 배구회원 대부분은 배구라는 운동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배구를 통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반드시 필요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있다. 유란 씨는 “많은 어머니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고, 이 같은 이유로 자칫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있다”며 “배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도 찾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백구의 향연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