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다. 그리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에 울려 퍼진 함성이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궈냈다. 청소년 6명과 일반 전문산악인 7명으로 구성된 ‘다문화 청소년과 함께하는 오지탐험대(단장 채정룡․원정대장 김성수)’가 최근 한명의 낙오자 없이 탄자니아공화국의 킬리만자로 정상 등정에 성공, 화제를 모으고 있다.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려면 심한 고산병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 출발할 때만 해도 이들의 성공을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한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결국 불가능을 이겨내고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희망을 합창했다.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오지탐험대는 사흘 밤낮을 비행기와 차량으로 이동해 아프리카 지붕이라 일컫는 킬리만자로에 도착했다. 산행이 전무한 이들의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산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편견의 벽 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들은 마사이족의 전사처럼 정상 등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특히 이날 다문화 가정 중에는 13살 소녀 이연정 양도 함께 당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5년 털보 산악인으로 유명한 김태웅씨의 아들 영식군이 11살 나이로 킬리만자로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인 길만스포인트(5685m)에 등정한 이후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어린나이에 세계적인 고봉 등정에 성공한 드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오지탐험대는 이번 등정에서 마차메 게이트(1800m)를 출발해 시라(3840m)-바란코(3950m)-카랑카(4200m)-바라푸(4600m)-우후루피크(5895m)-음웨카(3100m)에 이르는 코스를 선택해 올랐다. 이들이 간 코스는 성인남성들도 등정하기 쉽지 않은 코스로 알려졌다. 이번 등정의 성공여부는 체력과 팀웍이 관건. 이 때문에 이들 원정대는 지난 5월 첫째 주부터 출발 직전까지 한주도 거르지 않고 청암산과 순창 강천산, 지리산, 전주 모악산, 무주 적상산, 제주 한라산, 무주 덕유산, 대전 대둔산, 정읍 내장산, 공주 계룡산 등에서 훈련하며 팀의 단결력을 다졌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이기에 훈련은 나이에 상관없이 철저하게 진행됐다. 지옥과 같은 훈련을 이겨내며 마침내 현지에 도착, 킬리만자로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은 이들의 도전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았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전의를 다질 때와는 다르게 정상에 다가갈수록 의학적으로도 알 수 없다는 고산증에 시달리며 청소년 대원들이 하나 둘 지치기 시작한 것. 더욱이 기온은 영하 15도를 훌쩍 넘어섰고 바람은 칼날같이 매서웠다. 불가항력적인 고산증세로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구토증세등이 이들을 괴롭혔다. 일부 어린 대원들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성수 원정대장은 어린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지켜 볼 수가 없었다. 이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기란 지금보다 몇 배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 수십번 아닌 수백 번을 쉬더라도 반드시 등정에 성공해야 한다.” 김 대장은 아이들을 격려하며 또 격려했다. 걸을 힘이 없는 청소년 대원은 밧줄로 묶고 번갈아 가면서 끌고 갔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의지와 열정 그리고 단결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고난의 행군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는 힘이 결국 화합과 협력임을 깨달았다. 이들 일행은 등반 5일 만에 정상 우후루피크에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만났다. 그리고 새 희망을 그렸다. 다문화 청소년 대원 이연지 양은 “과연 내가 이번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결국 남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냈다”며 “이번 킬리만자로 등정이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겠지만 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군산대 후원으로 이번 원정대에 합류한 김성호(건축공학과 2학년)대원은 “이번 경험을 통해 다문화 가정 친구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게 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산행에서 배우게 된 가장 큰 가르침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 즉 ‘도전하고 극복하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며 “고된 시간이었지만 이 기회를 통해 나 자신이 크게 성장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원정대장은 “다문화 청소년들과 산행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는 점에서 큰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며 “전 대원이 정상을 등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단 한명도 낙오 없이 무사히 등정을 마쳐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악인으로서 이처럼 어려운 등정을 통해 서로 화합하는 결과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청소년들에게 일깨워주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