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은 가족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연결고리다. 사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명절은 한 번이라도 더 부모와 알현할 수 있는 기회다. 전국 각지 사방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제비처럼 고향을 찾아 조상에게 제를 지내고 가족들과 사랑을 확인한다. 어머니 손맛을 보고나면 뭔가 특별한 먹거리로 추억을 쌓고 싶은 맘이 든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들어선 원도심권에는 대를 이으면 맛을 지키는 맛집들이 즐비하고, 기업형카페가 넘쳐나는 요즘 개인카페가 속속 출현해 운치를 더한다. 올 추석 사랑하는 이들과 진짜 군산맛집과 카페 투어를 떠나보자. <편집자 주> ◇찰진 왕갈비 ‘더갈비’ ▲453-7722 ▲나운2동 98-2번지 양념돼지갈비는 허접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킨 곳 ‘더갈비’. 깨끗한 인테리어와 신선한 진짜 갈비로 양념해 만든 왕갈비를 맛볼수 있는 곳. 예스트몰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짜지 않은 간장에 각종 과일로 부드러운 단맛을 더해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보통 고깃집이 1층에 위치한 것과는 다르게 2층에 위치해 인근 전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고기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이곳의 인기를 더했다. 2008년 3월에 문을 연 더갈비의 왕갈비는 두툼하고도 찰진 식감과 적당히 달달하고 고소한 맛을 지녀 삽시간에 입맛을 사로잡아 주걱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수고로움도 즐거움으로 여기게 해 평일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옆 상가까지 확장, ‘더갈비 두 번째 이야기’를 오픈해 고객들이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조금은 덜었다. 더갈비는 마치 공장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뻥 뚫린 창문에 야외에서나 볼법한 나무로 된 테이블과 벤치를 설치하고 참숯불과 구리판에 고기를 구워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기분이 든다. 또 각종 식기들이 프라스틱이 아닌 도기라서 예를 갖춘 느낌이라 좋다. 무엇보다 언제나 한결같은 고기의 맛을 배신하지 않으니 손님이 줄을 설 수 밖에. 이곳 손님의 25%정도는 외국인들이 차지한다. 인근 미군비행부대에 근무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데, 그들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 보다 훨씬 맛있다는 게 찾는 이유다. 올리비아(25·미국인)씨는 “숯불에 구운 왕갈비를 상추에 올리고 간장소스에 버무린 양파와 야채겉절이를 함께 싸서 먹으면 쓰러질 지경”이라며 “양상추샐러드 등 각종 야채가 풍부해 고기를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면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운다. 고기를 다 먹은 뒤엔 보글보글 끓인 멸치된장찌개나 시원한 동치미국수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랜 기간 요식업을 해왔던 사장은 최상의 갈비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서울 갈비집에서 3년간 근무하며 비법을 하나씩 창조해냈다고 한다.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자 노력한 결과 지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선풍적인 인기로 상업화에 성공, 공룡식당으로 변신한 더갈비는 군장전문대와 산학협력을 맺어 직원들의 서비스를 향상시켜 찾는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2대째 내려온 감칠맛 ‘한일옥’ ▲446-5491 ▲신창동 4-4 원도심 맛집 중 맛집 ‘한일옥’. 평범한 무국에 잊지 못할 감칠맛이 있어 사시사철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35년 전통의 시어머니 손맛과 사근사근한 며느리의 친절함이 찰떡궁합을 이뤄 찾는 발길을 반긴다. 100% 한우로만 맛을 낸 무국 한 뚝배기면 힘이 불끈 솟는다. 감기 기운이 돌거나 입맛이 없을 때, 엄마 밥상이 그리울 때 찾아가면 제격. ◇로스구이의 명가 ‘원풍로스’ ▲445-2327 ▲ 고기를 불에 굽는 걸 로스라 한다. 원풍로스의 대표 메뉴는 냉삼겹. 선뜻 느낌이 다가오지 않으나 일명 냉동한 삼겹살을 얇게 썰어 낸 ‘대패삼겹살’을 이곳에선 냉삼겹이라 한다. 생고기만을 고집하는 고기마니아들도 이곳의 냉삼겹을 맛보면 홀딱 반하고 만다. 지글지글 냉삼겹에 함께 구워 먹는 신김치는 가히 죽음이다. 여기에 콩나물과 김 등을 넣고 밥을 살짝 볶아 먹으면 어린시절 마당이나 옥상에서 동네 이웃들과 구워먹던 그 맛이 난다. 정말~~ ◇쫀득한 맛 ‘장터족발’ ▲446-4637 ▲영화동 18-10 콜라겐의 보고 왕족발. 국내산 돼지족발로만 만든다는 이곳. 30여가지의 한약재를 넣어 돼지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15시간 이상 고아낸 족발을 건져 숙성실에서 한번 숙성시켜 더 쫀듯하다. 시래기와 순두부를 넣고 끓인 뼈다귀탕에 갓김치, 무김치, 묵은지, 배추김치 등이 나오고 시원한 냉콩나물국이 입맛을 돋운다. ◇고등어김치찌개 진수 ‘진주집’ ▲442-5965 ▲영화동 18-72 어린시절 추운 겨울, 어머니가 양은냄비에 무를 깔고 생고등어와 김장김치를 얹어 연탄불에 바글바글 졸여내면 지나가던 까까머리 중학생도 군침을 삼키고, 옆집 누렁이도 컹컹 짖어댔다. 다른 지방은 무나 감자, 고추양념장을 넣어 고등어를 졸여 먹지만 유독 군산지역은 신김치를 이용해 졸여 먹었다. 옛날 그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주집’, ◇청국장의 하모니 ‘맛있는 소리’ ▲4346-1737 ▲서흥남동 850-8 이 집의 전 메뉴를 다 시켜도 1만5000원이 넘질 않는다. 주 메뉴는 청국장과 우렁된장찌개, 김치찌개. 국내산 콩으로 직접 띄워 만든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맛있게 들린다. 음식이 나오기 전 막걸리처럼 뽀얀 숭늉이 주전자째 등장하고, 겉절이와 어리굴젓, 생김과 양념장, 계란옷을 입은 분홍소시지까지… 옛날 그대로다. ◇신가네칼국수 ▲453-6333 ▲성산면 성덕리 435-5 독특한 삼색칼국수와 손만두, 돈가스를 맛 볼 수 있는 신가네칼국수. 시원하고 칼칼한 육수에 깨끗하고 싱싱한 바지락, 새우와 오징어를 풍성하게 넣은 통냄비와 삼색면이 등장하면 먼저 센불에 올려 한소끔 끓인다. 칼국수가 끓는 동안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꽁당보리비빔밥을 쓱쓱 비벼 먹으면 입맛이 돈다. 삼색면은 시금치와 오미자, 마를 이용해 초록, 주홍, 흰색으로 뽑아내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 건강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것이 백색가루 음식을 기피하는 요즘 시대에도 신가네칼국수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다. 칼슘이 풍부한 시금치와 항산화성분으로 뭉친 오미자, 남성에게 좋다는 마를 주원료 삼아 면발을 뽑아내니 건강식이 따로 없다. 제대로 된 육수와 풍성한 해물, 빛깔고운 면발에 어머니 손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신가네칼국수의 매력에 한번 빠져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