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처럼 화려함과 인기는 없지만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있는 코치들. 팬들은 이들을 기억하지 않지만 정작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들이다. 최근 군산출신 대어급 선수들이 팀이적과 함께 골든글러브 등을 수상하면서 내년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못지않게 코치들의 활약여부도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 야구 구단들은 기존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신임 코치를 영입하는 등 ‘FA시장’ 열기에 버금가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중 군산출신 63년생인 김평호․이건열 코치의 행보도 눈에 띄고 있다. 올해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와 아시아 시리즈를 우승하는데 일조한 김평호 코치는 선동열 사단에 합류, 내년시즌부터 기아 유니폼을 입고 뛴다. 김 코치는 군산상고 출신으로 지난 1986년부터 해태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2005년부터 삼성 코치로 몸담았다. 선동열, 한대화 등과 함께 과거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 코치는 은퇴 후에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김 코치는 그동안 삼성에서 주루코치뿐만 아니라 전력분석코치로도 무척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경기마다 직접 모니터링을 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열성적인 모습으로 감독과 구단으로부터 신임을 받기도 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게 그의 최대 장점. 수많은 코치와 감독들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비(非)대구 출신이었던 그는 그 재능을 인정받아 삼성의 주축역할을 감당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이 기아 지휘봉을 잡으면서 타이거즈의 전통을 함께 이룬 동지들로 코치진을 구성했고, 그도 선 감독의 뜻에 동참했다. 김 코치는 “오랫동안 삼성에서 생활하면서 정이 많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22년만에 고향으로 가게 돼 설레고 기쁘다”며 “멋진 경기, 멋진 승리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상고의 또 다른 레전드인 이건열 코치는 현재 기아에서 타격코치로 통솔력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시즌 때 기아는 극심한 타격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1,2군 타격코치를 맞바꾼 후 불같은 타격이 살아났는데 그 중심에 1군으로 올라온 이 코치가 있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영웅’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코치는 해태의 명성을 계승하고 타이거즈 정신을 젊은 선수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해태 선수시절, 이 코치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우승을 도왔고, 포수에서 내야수 전 포지션을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어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 그가 지도자로 변신한 후 선수시절의 모습처럼 ‘부지럼과 꾸준함’으로 기아에서 1,2군을 오가며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선수로나 코치로나 그가 그라운드에 쏟은 땀과 열정은 항상 뜨겁고 대단하다. 이 코치는 1986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해태 유니폼을 입고, 1997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에서 12년을 뛰었으며 무려 8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맛을 봤다. 학창시절에는 더 화려했다. 군산상고를 대통령배 정상으로 이끌었고, 동국대에 창단 37년 만에 첫 우승을 안겼다. 대학 때 태극마크도 달았다. 현역 은퇴한 뒤에는 99년부터 쌍방울, SK, 기아, 엘지, 기아 코치로 활약했다. 이 코치는 “기아가 다시 한번 우승의 축배를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감독과 코칭스텝들이 새롭게 구성된 만큼 내년 시즌 멋진 경기를 선보이겠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