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도 대표 소년체전 출전 ‘금메달 도전’ 구암초 축구부(감독 유동욱)는 강팀이다. 창단 54년을 맞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초등 축구계의 명가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탓에 구암초는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상대편들에게)늘 껄끄러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구암초는 강팀이라는 수식어 뒤에 ‘비운의 강자’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각종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메이저급 대회에서는 다소 우승과 인연이 없었기 때문. 지난해 2011대교눈높이 초중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그랬다. 전주 조촌초에 이어 도내 2위로 왕중왕전에 진출, 우승의 기회를 노렸으나 주전멤버 3명이 줄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16강에 만족해야 했다. 도 대표로 출전한 2009년 전국소년체전에서도 8강이 그나마 나은 성적이었다. 번번히 실패를 맛보면서도 우승을 향한 유동욱 감독과 선수들의 집념은 강했다. 그리고 그 우승을 차지하는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열린 스포츠의 최고봉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2012금석배 축구대회 초등부(고등부)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한 것. 축구 전문가들조차도 구암초의 우승을 점치지 못했다. 대회전 만해도 다수 전문가들은 전주조촌초를 비롯해 경기성남중앙초, 경기이호초, 경기성호초, 경기세류초, 대구반야월초, 강원성덕초 등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툴 것으로 분석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구암초는 예선전 통과 후 16강에서 경북 비산초를 1대0, 8강에서 경기도 미금초를 2대0 그리고 4강전에서 전주조촌초를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결승 진출, 결국 이리동산초와 최종전에서 1대 0으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 축구 관계자는 “오히려 구암초는 예선전부터 대구반야월초, 경기세류초 등 우승후보들과 만나 자칫 16강 진출도 힘들다는 분석이었음에 불구하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대회 결과가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구암초 우승은 어찌 보면 예상된 이변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올 초 구암초는 전남 장흥과 완도로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떠나며 우승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추위가 유난히 매서웠지만 어린 학생들의 기를 꺾지는 못했다. 특히 올 시즌 전북 대표로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하는 만큼 우승을 향한 이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혹독한 동계훈련을 다녀온 구암초의 올해 분위기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수많은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도 충분히 익혔다. 여기에 5년전부터 지휘봉을 잡은 유동욱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데 빛을 발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드리블을 강조한다. 이는 곧 자신감과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선수들도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칠 뿐 아니라 지난해보다 조직력 또한 강화되는 모습을 이번 금석배에서 고스란히 보여줬다. 결국 이 같은 성장에 유동옥 감독은 최우수지도자상을, 김주원 군은 대회 최우수선수상, 최주용 군은 수비상을 각각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동욱 감독은 “동계훈련 등 모든 선수들이 훈련에 게으름 피지 않고 열심히 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첫 단추를 잘 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리그전과 소년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헌신해 온 고영태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뜻도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군산 축구팬들은 “고 채금석 선생이 손발로 일궈온 ‘유소년 축구의 요람’인 구암초가 유독 금석배와 우승 인연이 없었던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구암초의 이번 금석배 우승의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60~70년대의 전성기를 지낸 구암초는 국가대표 선수로 정태훈(전한양고 감독), 유동춘, 김영철, 노수진(영등포공고감독), 유동관(신갈고 감독) 등의 선수는 물론 박성호, 차종복(전북현대 스카우터), 조덕제(전아주대 감독), 박문(전 선화대 감독) 등 수십명의 걸출한 선수들을 발굴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