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11시 군산공설운동장 내 월명 게이트볼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15×20m 크기의 구장 안에 70~80대로 보이는 노인들이 한데 모여 게이트볼 연습에 한창이다. 한 노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리 저리 재는 것을 반복한 끝에 공을 게이트로 통과시키자 동료들이 연신 ‘나이스’를 외쳐댔다. 공을 다루는 솜씨가 이미 아마추어의 단계를 넘어선 듯했다. “형님 오늘 컨디션 좋네요. 밥 한번 사야겠어요.” 이날 연습에 나선 동우팀 회원들은 집 천장만 봐도 공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이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주장 박순식(76)할아버지는 “이제 이것 안하면 몸이 근질근질 해서 못산다”며 “단순한 것 같아도 재미있고 운동되고 최고의 스포츠”라고 소개했다. 그의 경력은 벌써 15년째다. 고령화 시대 빈곤과 고독 등 노인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월명 게이트볼장 안에는 적어도 그러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모습으로 노년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 “건강과 활력을 찾는데는 이만한 운동도 없어. 걸어 다닐 수 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암튼 이것 하면서 살만 나는구만.” 한쪽에서 건강미를 과시하던 전천래(86) 할머니의 말이다. 전 할머니는 요즘 게이트볼에 푹 빠져 산다고 귀뜸했다. 경제성장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건강한 노후를 위해 게이볼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큰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게이트볼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생활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상태. 김길순 (81)할머니는 “게임을 하는 동안은 세상 근심 모두 잊게 된다”며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다”고 게이트볼 예찬을 이어갔다. 이들에게 게이트볼은 곧 젊음을 의미한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그동안 숨어 있던 승부 근성을 즐길 수 있는 이유에서다. 군산의 게이트볼 팀은 대략 33개, 회원수만 250여명에 이른다. 요즘같이 대회가 없는 날에는 매일 두 팀씩 오전․오후로 나눠 게이트볼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시간에 팀 전략도 세우고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습도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을 좋아하는 것은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 훈련을 마치면 할머니들이 정성껏 쌓아온 과일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의 꽃도 피운다. 김경호(78)할아버지는 “게이트볼로 인해 팀원들이 하나가 되고 또한 친목도 다지고 있다”며 “나이를 먹었어도 인생이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볼로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스포츠로 정착된 게이트볼. 이 단순한 생활스포츠가 노령화시대의 국민 건강을 지켜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