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 등 1930년 시간여행 눈길 길고 긴 한파가 지나고 어느덧 봄이 살며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파릇한 새싹과 화사한 꽃으로 찾아온 봄은 언제나 그랬듯이 향기롭다. 풋풋한 풀잎과 달콤한 과일, 입맛 돋구는 나물 등 주변에서 전하는 봄내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로 알려진 군산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아련한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곳곳에 숨은 잔잔한 풍경이 여행의 감동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즐거운 봄나들이에 적합한 군산의 여행코스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우리나라 3대 철새 도래지 가운데 한 곳인 금강습지생태공원과 철새조망대 일원에서 군산여행을 시작한다. 성산면 성덕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관광지다. 조망대 내 전시관 안에는 수십여 종의 희귀조류가 박제돼 있고 영상관에서는 철새의 생태와 이동경로를 3D 영화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파충류 및 식물 생태관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춰 인기를 끌고 있다. 철새조망대에서 도보로 10분정도 걷다보면 정박한 배의 모양을 하고 있는 한 건물을 만난다. 바로 채만식 선생의 삶의 여정을 살필 수 있는 ‘채만식 문학관’이 두 번째로 만날 장소. 이곳에서는 채만식의 생애와 성장과정, 작품의 변천사 등을 엿 볼 수 있다. 당시 풍자문학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곳에 담겨져 있다. 다음 코스인 진포해양공원을 가기 전,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인 경암동 철길 마을은 군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철길이 있지만 더 이상 기차는 다니지 않는 곳. 집들로 둘러싼 철길 위로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어느덧 입가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 노래가 절로 흥얼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다. 철길마을에서 빛바랜 사진처럼 옛 기억을 더듬은 뒤 찾아가야 할 다음 장소는 바로 진포대첩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진포해양테마공원. 2007년 국방부와 협약을 통해 4200톤급 위봉함을 비롯한 육해공군 군장비 15대와 군산해경의 지원을 받아 인수한 250톤급 해경함정 1대 등 총 16대가 전시돼 있다. 특히 위봉함 내부에 최무선 장군 및 진포대첩 역사와 해군병영생활 체험 등 내부전시를 통한 교육과 체험의 공간으로 구성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는 특이하게 생긴 부잔교. 군산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다리다. 이 다리는 일제강점기에 총 6개가 만들어졌는데 서해안의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는 주조물로써 물 수위에 따라 다리가 올라간다 해서 ‘뜬다리 부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일대서부터 군산의 시간 여행이 본격 시작된다. 그 중심에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다. 지난 2011년 9월 30일 개관한 이곳 박물관은 군산의 근대문화와 해양문화를 테마로 설립된 곳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은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체험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고 보유유물은 4400점으로 이중 각계각층의 시민, 단체들이 기증한 유물이 2250여점에 이른다. 특히 근대생활관은 ‘1930년대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내항과 부잔교, 인력거차방, 영명학교 등 1930년대 군산에 실존했던 건물 11채를 복원해 당시 생활모습을 재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물관 왼편에는 옛 군산세관 건물이 자리해 있다.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건축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곤 한다. 오른쪽 편에는 옛 조선은행, 나가사키 18은행 등이 있다. 배우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타짜’와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 바로 히로쓰가옥이다. 군산시 신흥동 58-2번지에 위치해 있다. 히로쓰가옥은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식 가옥 가운데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1층에는 온돌방, 부엌, 식당, 화장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일식 다다미방 2칸이 있다. 일제강점기 군산의 가옥 밀집지인 신흥동 지역의 대규모 일식 주택의 특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건물이다. 바로 옆 동네에는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 사진관’이 새롭게 복원,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군산에 사는 이유를 묻는다면 월명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월명공원은 군산의 최고 상징물 중 하나이다. 군산 시내를 품에 안고 있는 월명공원은 면적만 250만㎡에 이르고 산책로도 12km나 된다. 월명공원 정상부에 있는 수시탑에 올라서면 금강하구언과 멀리 서해까지 눈에 들어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 공원은 벚꽃, 진달래, 개나리 등이 피어나 봄철 ‘힐링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월명산 자락 북쪽 끝에 자리한 해망굴은 지난 1926년에 만든 군산시내와 해망동을 연결하는 터널로 과거 시간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여행코스의 마지막은 야경이 아름다운 은파 호수공원이 어떨까. 봄이 되면 화사한 벚꽃길로 유명한 은파는 군산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다. 이곳은 군산시내의 미제저수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유원지로, 지난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저수지 방죽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다. 또한 애기바우, 중바우, 개바우에 대한 설화를 배경으로 형성화한 미관 교랑이 오색 찬란한 음악분수와 멋진 야경으로 출사나 많은 행사들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완공된 물빛다리는 총연장 370여m로 국내 유일의 보도 현수교다.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무엇보다 은파 관광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경관조명은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